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256) - 오직 깨달은 자에게는 가는 곳마다 즐겁지 않은 곳이 없다
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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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2 13:36 | 최종 수정 2021.09.1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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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 오직 깨달은 자에게는 가는 곳마다 즐겁지 않은 곳이 없다
고요함을 좋아하는 사람은 흰 구름과 그윽한 바위를 보고 도를 깨닫고
영달(榮達)를 쫓는 사람은 아름다운 노래와 춤을 감상하며 피곤을 잊는다.
오직 스스로 깨달은 사람만이
시끄러움과 적막함도 없으며 영화(榮華)와 쇠퇴(衰退)함도 없어
가는 곳마다 자기 마음에 맞는 즐거운 세상 아닌 곳이 없다.
- 嗜寂者(기적자) : 고요함을 좋아하는 사람.
- 幽石(유석) : 그윽한 멋을 풍기는 바위.
- 通玄(통현) : 깊고 오묘한 진리, 즉 도의 본체를 깨달음.
- 趨榮者(추영자) : 부귀 영화를 추구(追求)하는 사람.
- 淸歌妙舞(청가묘무) : 맑은 노래와 묘한 춤. 미인의 노래와 춤을 가리키는 말이다.
- 忘倦(망권) : 피곤(疲困) 또는 권태(倦怠)를 잊음.
- 自得之士(자득지사) : 스스로 도를 깨달은 사람.
- 喧寂(훤적) : 시끄러움과 적막함.
- 榮枯(영고) : 번영(繁榮)과 쇠퇴(衰退). 영고성쇠(榮枯盛衰).
- 自適之天(자적지천) : 자기 마음에 맞는 즐거운 세상. 天은 세상(世上), 천지(天地)의 뜻이다.
◈ 본문의 출전이 된 시 두 편
◉ 사영운(謝靈運) 의 「과시녕서(過始寧墅)」중에
白雲抱幽石 (백운포유석) 흰 구름은 그윽한 돌을 안고
綠篠媚淸漣 (녹소미청년) 푸른 조릿대는 맑은 물결에 일렁이네
다시 한산자(寒山子)가 이 구절을 인용하여
重巖我卜居 (중암아복거) 겹겹이 싸인 바위산이 내가 사는 곳
鳥道絶人跡 (조도절인적) 새들만 오가는 곳 인적 끊긴 데
庭際何所有 (정제하소유) 마당가 뜨락에는 뭐가 있을까
白雲抱幽石 (백운포유석) 흰 구름이 그윽한 돌 안아 주었네
住茲凡幾年 (주자범기년) 이곳에 깃든 지 얼마이던가
屢見春冬易 (누견춘동역) 봄과 겨울 바뀐 것이 몇 번이던가
寄語鐘鼎家 (기어종정가) 바삐 사는 부자들에게 건네는 한 마디 말은
虛名定無益 (허명정무익) 빈이름 그것이야 득 될 것 없다네
◉ 유희이(劉希夷)의 「대비백두옹(代悲白頭翁)」
洛陽城東桃李花 (낙양성동도리화) 낙양성 동쪽에 핀 복사꽃이
飛來飛去落誰家 (비래비거낙수가) 날아다니다 누구 집에 떨어지나
洛陽女兒惜顔色 (낙양여아석안색) 낙양의 아가씨 얼굴이 변할까 애가 타서
行逢落花長歎息 (행봉낙화장탄식) 떨어지는 꽃 바라보며 길게 탄식한다
今年落花顔色改 (금년낙화안색개) 올해 꽃이 지면 얼굴색도 변할 텐데
明年花開復誰在 (명년화개부수재) 내년 꽃필 때면 뉘 얼굴 또 변할 건가
已見松栢嶊爲薪 (이견송백최위신) 이미 松栢(송백)이 땔나무된 것 보았고
更聞桑田變成海 (갱문상전변성해) 다시 뽕나무밭이 변해 바다 된다는 말도 들었다
古人無復洛城東 (고인무부낙성동) 옛 사람은 낙양성 동쪽에 찾아볼 수 없고
今人還對落花風 (금인환대낙화풍) 지금 사람이 다시 바람에 지는 꽃 대하고 있다
年年歲歲花相似 (연연세세화상사) 해마다 피는 꽃은 같은데
歲歲年年人不同 (세세년년인부동) 해마다 사람은 같지 않구나
奇言全盛紅顔子 (기언전성홍안자) 젊은 紅顔(홍안)의 소년들에게 말하노니
應憐半死白頭翁 (응련반사백두옹) 죽어 가는 흰머리 늙은이를 불쌍히 여겨라
此翁白頭眞可憐 (차옹백두진가련) 이 늙은이의 흰머리 정말 불쌍하지만
伊昔紅顔美少年 (이석홍안미소년) 그 옛날엔 고운 얼굴의 미소년이었다
公子王孫芳樹下 (공자왕손방수하) 꽃나무 아래에 公子王孫(공자왕손)과 놀기도 하고
淸歌妙舞落花前 (청가묘무낙화전) 지는 꽃 앞에서 노래와 춤도 추었다
光祿池臺開錦繡 (광록지대개금수) 비단을 깔고 화려한 저택에서 지내보고
將軍樓閣畵神仙 (장군루각화신선) 신선을 그려 놓은 높은 누각에서 놀기도 했다
一朝臥病無相識 (일조와병무상식) 하루아침에 병들어 눕자 알아보는 사람 없으니
三春行樂在誰邊 (삼춘행락재수변) 三春(삼춘)의 즐거움 이제 누가 누리고 있는가
宛轉蛾眉能幾時 (완전아미능기시) 완전한 젊은 시절 그 얼마나 되는고
須臾鶴髮亂如絲 (수유학발난여사) 잠깐 사이에 흰머리 실처럼 어지러운 것을
但看古來歌舞地 (단간고래가무지) 다만 옛날 歌舞(가무)하던 곳 바라보니
唯有黃昏鳥鵲悲 (유유황혼조작비) 오직 황혼에 참새들만 날고 있네
* 劉希夷(유희이)는 일명 廷之(정지)로 初唐(초당) 사람인데 송지문(宋之問) 심전기(沈佺期)와 함께 진사에 급제하였으나 평생 등용되지 못하고 재야(在野)의 시인으로 지냈다.
위 시는 한대(漢代) 악부시(樂府詩)인 「백두음(白頭吟)」을 본 따 지은 것인데 ‘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 이란 구절이 너무 탐나, 외삼촌이자 장인인 송지문이 자기에게 줄 것을 요구하였다가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고 죽였다는 일화(逸話)가 전해지기도 한다. 독창적인 구성과 절절(切切)한 서정(敍情)과 아름다운 표현에다 조화로운 운율로 초당 고시(古詩) 중에서도 절창(絶唱)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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