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휴먼전문가 서평 - 이기적 유전자

저자 : 리처드 도킨스
서평자 : 신형덕 교수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인저리타임 승인 2020.05.01 17:08 | 최종 수정 2020.05.01 17:23 의견 0

이기적 유전자는 1976년에 출간되어 많은 인기를 끌었던 도서이다. 이 책은 진화론에 대한 설명을 담으면서도 생물학적 현상과 더불어 사회문화적 현상에 대해서도 막힘없이 설명한다.  
 
다윈의 진화론은 동식물의 변이가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지는데 성공적인 변이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다양한 동식물 종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의 단위를 본서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유전자로 하향 조정했다. 즉 진화의 단위는 개체나 종이 아니라 유전자라는 것이다. 오랜 기간 생존하기를 원하는 이기적 유전자의 의도를 달성하기 위해 몸과 마음이 만들어지고 후계자의 생존을 위해 모든 작용, 즉 의사소통, 협력, 가족과의 관계, 출산, 착취 등의 현상이 이루어지는 것을 설득력있게 설명한다. 
 
그러나 이 책이 제시하는 내용을 단지 다윈의 진화론의 한 갈래로 보는 것은 이 책의 가치를 간과하는 것이다. 이 책은 생물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사회적 현상에 대한 설명을 시도했으며 그 과정에서 유전자의 개념을 사용했다. 이러한 유전자의 사회적 기능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밈(meme)의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 책이 유명해진 이유의 하나는 밈(meme)이라는 단어 때문일 것이다. 밈은 유전자인 진(gene)을 본따서 만든 신조어인데, 그리스어의 mimeme(모방)을 의미하면서도 gene의 라임을 사용하여 리처드 도킨스가 만들었다. 그는 생물학적으로 우월한 유전자(gene)가 세대 간에 전파되듯이 문화적으로 우월한 밈(meme)이 사회적으로 전파된다고 했다. 학자가 저서 안에서 만든 용어가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는데, 특이하게도 이 용어는 1988년에 옥스포드 사전에 등재되었다.  
 
유전자는 세포 속에서, 밈은 생각 속에서 전파된다. 사실 진화는 오랜 시간에 걸친 세대 간 변이의 과정이기 때문에 동세대에 사는 다른 사람에게 생각이 전파되는 현상도 진화라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굳이 차별적 이름을 붙이자면 유전자는 수직적 전파, 밈은 수평적 전파라고 할 수 있다. 
 

David Shankbone / CC BY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3.0)
리처드 도킨스 [David Shankbone / CC BY 3.0]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밈이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지 않고 그 대신 ‘짤방’이라고 불리는 짧은 동영상이나 또는 유머의 메시지를 담은 사진이 다양한 SNS에 떠돌아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요즘 스마트폰의 광고 포인트가 사진의 해상도와 흔들림 방지에 맞춰져 있는 것을 보면 전화기의 주된 기능을 왜 촬영으로 설정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즉, 젊은 세대들이 스마트폰을 통화나 문자 교환의 고유 목적보다 SNS 활동을 위한 사진이나 동영상의 촬영 및 전송 용도로 더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일상 기록이나 소소한 창작물을 친구와 공유하고 그에 대해 사회적 호응을 기대한다. 즉 본인의 사회적 존재가치를 본인이 남기는 사회적 자취와 그에 대한 상대방의 호응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이것이 바로 리처드 도킨스가 이 책을 통해 던진 중요한 메시지이다. 이 책은 생물학적 유전의 단위가 기존의 다윈의 진화론에서 설명하는 풀꽃이나 원숭이 등의 개체이기보다는 그보다 훨씬 근원적 단위인 유전자라는 것을 설명하는 것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으며, 유전적 요인을 사회문화적으로 해석한 밈에 대해서는 현대의 문화콘텐츠의 모방과 창작, 확산 현상에 초점을 두고 설명하고 있다. 
 
정보기술이 발달하면서 문화콘텐츠의 모방과 창작, 확산 주기는 매우 짧아졌다. 특히 예전에는 창작에 긴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모방에 의해 매우 신속하게 이루어지게 되었고 이는 SNS를 타고 매우 빠르게 퍼진다. 우월한 문화적 유전자를 가진, 즉 대중으로부터 호감을 받을 자격이 있는 단순하고 가벼운 이미지 및 동영상은 위대한 철학자의 지혜나 정치가의 웅변보다 더 강력하게 확산된다. 이러한 문화적 콘텐츠에 철학적, 정치적 메시지가 담길 때 그 효과는 전통적 매체를 통한 전파보다 훨씬 강력할 수 있다.  
 
사회의 발전을 주도하는 것이 과연 문화 전파의 기본 단위인 밈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존재한다. 우리는 인류가 가진 고귀한 이성과 의지에 의해 사회의 진보와 문화의 고도화가 이루어지기를 원한다.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본능과 그에 수반되는 공격성, 그리고 협력조차도 이기심의 결과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논리에 따라 사회의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개탄스러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윈의 진화론을 사회학적으로 해석하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론과 그리고 밈 개념은 정보기술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오늘날의 현상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특히 새로운 문화콘텐츠가 신속하게 모방, 창작, 확산되는 양상을 바라보며 문화적 유전자인 밈의 속성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을 학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이 방탄소년단에 열광하고 영화 기생충이 전하는 메시지를 높게 평가하는 것은, 리처드 도킨스의 관점으로 보면, 그 안에 있는 우월하고 보편적인 문화적 유전자의 가치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 이 서평은 국회도서관의 승인을 받아 '국회휴먼네트워크 전문가 서평'을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http://hn.nanet.go.kr 02-788-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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