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95)인간의 탐욕과 바이러스의 세력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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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4 16:29 | 최종 수정 2020.04.2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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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 5. 인간의 탐욕과 바이러스의 세력
살짝 시든 꽃잎이 산길에 떨어져 있었다.
동백꽃이라면 빨개야 하는데 바탕이 하얗다.
1630년대 네덜란드에서 있었던 영원한 황제(Semper Augustus)라는 이름의 튤립과 엇비슷하다.
양파처럼 생긴 이 튤립의 뿌리 하나가 1억 원을 넘었다니 미쳐도 보통 미친 게 아니었다.
흰 바탕에 붉은 색 무늬가 있는 비정상 희귀종은 박테리아에 감염(感染)된 게 아니라 바이러스에 교란(攪亂)된 결과다.
바이러스가 정상 튤립의 세포핵 유전자에 비집고 들어가 DNA 구조의 정상 배열을 어지럽히고 흩트려 헝클어 뜨려 이렇게 되었다.
물론 그 바이러스는 더 희귀하게 생긴 튤립을 만들어 횡재하려던 인간의 탐욕 탓에 생겼다.
병든 튤립이 오히려 아름다웠으니 좋은 바이러스일까?
나쁜 바이러스라면 튤립을 흉측하게 만들었을까?
인간의 기획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이 아무리 발전해도 선악 구분 없는 바이러스의 변화무쌍력을 따라잡기는 힘들다.
다만 인간의 탐욕을 줄이면 바이러스 세력도 그만큼 줄어들 줄로 안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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