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101)별 쓸데없는 기획창의의 결과물

박기철 승인 2020.04.29 21:07 | 최종 수정 2020.04.30 16:02 의견 0
새 기타에 새로 붙인 나의 HI

넷 – 11. 별 쓸데없는 기획창의의 결과물

기타 보디 앞판에는 사운드 홀이 있다.
거의 모든 기타에는 동그란 구멍 안쪽에 제조회사 정보가 부착되어 있다.
며칠 전 장만한 기타에도 제조사 마크와 로고, 제조사 슬로건, 모델명, 일련 번호, 홈페이지 주소, 제조국가명이 인쇄되어 있었다.
나는 나의 새 기타가 진짜 내 기타가 되도록 내가 나를 표현하는 제작물을 원래 있던 제작물 위에 붙였다.
넓은 관점을 뜻하는 나의 심볼인 알바트로스와 소박한 즐거움을 뜻하는 나의 호인 소락(素樂)이 들어 있다.
나의 HI(Human Identity)를 넣은 것이다.

20만 원도 안 되는 저가 보급형 기타임을 가리기 위해 한 짓이 아니다.
고가 명품(High end) 기타라도 똑같이 이렇게 했을 것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나의 반려악기임을 속으로 되뇌기 위함이다.
쓸데없는 영양가 없는 기획창의의 괜한 장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살면서 가끔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도 때론 재미있고 의미있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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