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89)소락체의 출발이 되는 글씨 生

박기철 승인 2020.04.19 14:54 | 최종 수정 2020.04.19 15:00 의견 0
땅을 뚫고 나온 새싹 生과 그런 느낌으로 쓴 生
땅을 뚫고 나온 새싹 生과 그런 느낌으로 쓴 生.

셋 – 30. 소락체의 출발이 되는 生 글씨

소(牛)가 땅(_)을 괴롭게 걷고 있으니 괴로운 생(生)일까?
낭설이다.
땅(_) 위에 새싹(牛) 핀 모양이 날 생(生)이다.
이 글자에서 牛은 소가 아니라 새싹이다.
生의 반대 자는 땅( ̄) 밑에서 아직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나타낸 부(不)다.
不를 벗어나 땅을 뚫고 나온 연록색 새싹이 귀엽다.
동물로 치자면 새끼이고 아가다.

나는 예전에 이 生자를 가지고 친구 흥식의 호를 우생(雨生)이라고 지어준 적이 있다.
호가 담긴 명함을 만들기 위해 붓글씨를 썼는데 난생 처음 글자의 의미와 감정을 살려서 썼다.
내 나름 기획창의하여 쓰는 서체인 소락체는 이로부터 시작되었다.
비 우(雨)는 하늘에서 비가 오는 것처럼, 날 생(生)은 땅에서 피어난 새싹처럼 썼다.
오늘 산에서 만난 새싹 모양을 보고 내가 썼던 글자 生을 비교하니 새싹답게 썼다.
잘쓴 명필(名筆)은 아니지만 글자의 뜻을 살린 의필(意筆)이나 느낌을 살린 감필(感筆) 정도는 되겠다.
새싹의 생생한 미감을 살린 미필(美筆)이면 더욱 좋겠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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