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88)두 벽시계의 팔자와 신세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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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7 12:55 | 최종 수정 2020.04.17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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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 29. 두 벽시계의 팔자와 신세
나는 거의 매일 입산하며 가볍게 산길을 걷는 편이다.
그런데 산에 쓰레기들이 너무 많아 버려져 안타깝다.
나는 2015년 365일 Everyday 매일 쓰레기에 관한 글로 책을 낸 적이 있다.
그때도 쓰레기 문제가 심각했지만 지금은 더 심각해졌다.
요즘도 때때로 산의 쓰레기를 비닐 봉지에 담아 내려오지만 나 혼자 그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별다른 기획창의가 필요할 일도 아니다.
마을 사람들이 한 달에 한 번 마을 청소하며 치우면 된다.
그런 일이 태부족한 이 시대에 산에 버려진 쓰레기 광경(光景)인지 광경(狂境)을 보자면 가슴 아프다.
며칠 전 쓰레기들 중에 벽시계가 있었다.
벽시계가 망가지기보다 쓸모없어져 버려진 것같다.
하필 산에…
오늘은 나무에 벽시계가 걸려져 있었다.
살아있는 생나무에 못을 박아 야무지게 테두리까지 씌워 걸었다.
집안에 남아도는 벽시계를 저리 했겠지만 시계가 걸릴 곳이 아니다.
언젠가 쓰레기가 될 듯하다.
팔자가 험한 저 왼쪽 시계처럼 마구 버려져 황천도 못가고 구천을 헤매는 처량한 신세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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