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85)가방과 배낭에 대한 쓸데없는 기대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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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4 22:28 | 최종 수정 2020.04.14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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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 26. 가방과 배낭에 대한 쓸데없는 기대
가방은 한자어도 순우리말도 아니다.
가방(かばん)이라는 일본어가 발음 하나 안 바뀌고 들어와 우리말이 되었다.
일본인들이 17세기부터 네덜란드로부터 카바스(kabas)라는 물건을 받아들이면서 이를 가방이라고 불렀던 것 같다.
배낭은 등을 뜻하는 배(背)와 주머니를 뜻하는 낭(囊)으로 이루어진 한자어다.
나 어릴 적에는 니꾸사꾸로 불렸었다.
등을 뜻하는 독일어 rücken과 자루를 뜻하는 영어 sack이 합쳐진 룩색(rucksack)을 일본식으로 어색하게 발음한 것이다.
지금은 백팩(backpack)으로도 불린다.
가방과 배낭을 순우리말로 옮긴다면 어떻게 될까?
가방은 손에 드니까 손짐, 배낭은 등에 메니까 등짐이라 하면 될까?
아무리 머리를 써서 기획창의해 더 알맞은 우리말을 만든다고 해도 일본말인 가방이나 한자어인 배낭을 대체할 수 있을까?
언어는 오랜 습관의 산물이기에 힘들 것 같다.
가방이나 배낭은 이제 우리말이 되었다고 여기는 게 자연스럽다.
그래도 노견(路肩)이라는 한자어를 갓길이라고 대체한 것은 탁월한 바꿈이었다.
언젠가 가방과 배낭에도 그런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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