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서평 - 나이듦에 관하여

저자 : 루이즈 애런슨
서평자 : 조비룡(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석사 / 고려대학교대학원 예방의학 박사)
현대의료와 함께하는 더욱 의미 있고 풍요로운 노년

인저리타임 승인 2020.06.14 13:03 | 최종 수정 2020.06.14 13:12 의견 0

“주인공인 우리들 각자에게 이번 무대가 어떻게 느껴질지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의 태도에 달려 있다. 부정적 선입견만 가득한 기존 통념의 틀을 깨부수고 한층 밝아진 눈으로 세상을 조망하면 새로운 선택지가 우리 앞에 펼쳐진다. 더욱 의미 있고 풍요로운 노년을 만들 수 있는 다른 길이 열린다.” (p. 27)

장수하는 것은 인류의 오래된 꿈이었다. 최근 이러한 꿈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표적 사례로 1960년대의 평균기대수명이 55.4세였던 것이 2017년에는 82.7세로 57년 만에 27.3세가 증가하여 거의 매년 0.5세의 수명이 늘어났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장수의 결과는 부정적인 것들도 의외로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인하면 떠오르는 느낌은 ‘아픔, 허약, 가난, 무지’ 등이라고 답하고 있다. 당사자들도 장수에 대한 기쁨과 환희보다는 ‘불안, 위축, 당황스러움’을 느끼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나이듦에 관하여」는 이렇게 축복받은 장수의 부작용에 대해 다양한 문헌과 사례를 보여주며 해석하고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 루이스 애런슨은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대학의 노인의학 교수로 자신의 학문과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이러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의대에 들어간 이유를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서’라고 시작하고 있다. 사람을 돕기에 의술은 신비할 정도의 강력한 무기가 되었고, 이는 역사상 처음으로 도래하는 폭발적인 고령화 사회를 만들었다. 이렇게 좋은 무기를 저자는 ‘자비의 결정체인 듯 보이다가도 돌연 독선의 끝판왕을 보여주기도 한다’라고 기술한다. 현대의학의 혜택을 생각하면 즐겁다가도 이에 의지할 수밖에 없음을 느끼는 순간 두렵고 화가 난다고 기술하고 있다.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한 여러 노력과 함께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들을 제대로 이해하여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이가 드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누구나 겪어야 하는 것이다. 꼭 지나야 할 것에 대한 부정적인 관념은 사람을 주눅 들게 한다. 다행히 나이듦이 가져다주는 장점은 실제로 매우 많다. 이러한 장점은 과거에는 매우 컸었는데, 과학과 의료의 발전으로 이제는 상대적으로 작게 보일 뿐이다. 이를 제대로 찾아서 ‘나이듦의 즐거움’을 기대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다면 행복한 [나이듦]을 경험할 수 있다. 청장년의 장점과 노년기의 좋은 점은 서로 다르다. 세렝게티 국립공원을 여행하면서 뉴욕 7성급 호텔의 안락함이 없음에 투덜댄다면 세렝게티의 광활한 자연경관을 즐기기 어려울 것이다. 청장년기의 화려한 특징들로 노년기를 평가하려 한다면 삐뚤어진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노년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나이듦을 대비하여 운동과 식사도 더 건강하게 하고, 약도 잘 챙겨 먹는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나이듦’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나이듦을 잘 준비하고 싶어 한다. 즐거운 여행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 이것저것 알아보며 계획을 세우고 기쁨에 젖어 있는 것과 같다. 많이 조사하고 계획을 치밀히 세울수록 그 여행은 즐겁고 안전해진다. 노화에 대해 제대로 알고 계획을 세울수록 ‘나이듦’은 더 행복해지고 건강해진다. 이런 사람들은 ‘나이듦’의 즐거움과 안전이 자신의 행동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안다. 그래서 젊어서부터 더 많이 준비하게 되고 결국 건강하고 즐거운 노후를 맞이한다.

인생 제3막이라고 일컫는 노후생활은 제1막인 어린아이들이나 제2막인 청장년에 비해 훨씬 더 다양하다. 같은 80대의 나이가 모두 다른 모습이다. 이 부분은 의사들도 자주 간과하기 쉽다. 한쪽 무릎이 불편해 하는 노인에게 “나이가 들어서, 많이 사용해서 아프다”고 의사는 답한다. 환자는 묻는다. “왜 다른 쪽은 괜찮은가요?” 나이가 들어서 불편하고 아픈 것이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의사든, 환자 당사자든 ‘나이듦’에 대해 긍정적인 가치와 기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훨씬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반응한다. 이런 가치관의 의사들이 노인 건강관리를 더 잘하고, 이런 가치관을 가진 환자들이 자신의 건강관리를 더 잘한다.

이 책은 저자가 노인의학 교수이어서 내용이 근거 중심적이고, 전문적인 부분들이 많아 도움 되는 내용이 많다. 그러면서도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사례들로 구성되어 있어 일반인들이 읽기에 무리 없어 보인다. 아마도 저자가 의학 외에도 역사를 전공하였고, 문예창작으로 예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실제 저자의 또 다른 저서들은 미국 신인 문학상 최종 후보와 푸시카트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 이 서평은 국회도서관의 승인을 받아 '금주의 서평'을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www.nane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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