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서평 - 2030 미래 일자리 보고서
저자 : 안드레스 오펜하이머
서평자 : 박성원(국회미래연구원 혁신성장그룹장(연구위원), University of Hawaii at Manoa 미래학 박사)
내가 없어도 이 사회는 잘 굴러갈까?
인저리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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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9 21:40 | 최종 수정 2020.07.2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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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공장에는 직원이 둘만 남는데, 사람 한 명과 개 한 마리라는 것이다. 사람의 임무는 개에게 먹이를 주는 일이고, 개는 사람이 기계에 손대지 못하게 막는 일이다.” (p. 66)
이 책의 한국어 제목은 ‘2030 미래 일자리 보고서’이지만, 원제는 ‘로봇이 몰려오고 있다’(The Robots are Coming!)이다. 이 제목에서 시사하듯 저자는 지능형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흐름에서 인간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묻고 다양한 대안에 대한 정보를 담아내고 있다. 요즘 가장 뜨거운 관심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그리고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지능형 로봇의 일자리 대체 현상을 정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읽어볼 만하다. 일독을 권할 만하다는 전제 하에, 500페이지가 넘는 책 내용을 여기서 한 두 페이지로 요약, 정리하는 것보다는 이 책을 어떤 관점에서 읽으면 더 유익할 지를 제시하려고 한다.
먼저, 일의 미래를 다룬 이 책을 읽기 전에 한 번 생각해보자. 내가 일을 한다는 것은 나의(또는 나와 가족의) 생존 외에 어떤 사회적 의미가 있는가. 수많은 사람이 각자가 맡은(또는 맡겨진) 일로 촘촘히 위 아래로 엮여져 있는 사회에서 내가 일한다는 의미는 거대하고 복잡한 사회가 잘 작동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내가 없어도 이 사회는 잘 굴러갈까?”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하는 사람들은 세 가지의 불안감에 시달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첫째, 내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어서 나는 쉽게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이다. 예전에는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노동자들이 공장의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었다면, 지금은 기계로 대체할 수 없다던 회계사나 변호사, 의사의 일도 지능형 로봇의 등장으로 일자리의 존립이 위태로워졌다. 이 책의 저자는 앞서 언급한 직업뿐만 아니라 요리사, 판매 컨설턴트, 은행원, 교사, 심지어 예술가들의 직업이 지능형 로봇에 밀려 점차 일자리를 잃는 현재의 모습을 들춰낸다. 이 경우 정책적 대안은 누군가에게(지금은 지능형 로봇에게) 밀려난 노동자들에게 직무의 재배치, 이를 위한 재교육을 상시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저자는 대학을 나왔다고 학습을 그만둬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끊임없이 변화를 따라갈 수 있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그러나, 기술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배움이 현실을 따라갈 수 없을 때, 문제는 지속된다. 빠른 변화를 가르쳐줄 사람도 적고, 배운 것을 현장에 적용하기에도 늦기 때문이다.
둘째, 내 노동력이 필요한 시장이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이다. 내가 만들어내는 기술과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시장에서 팔려야 나는 생존할 수 있다. 설령, 그 시장이 있더라도 이미 공급과잉으로 포화되어 있으면 제값을 받지 못한다. 온라인 쇼핑의 확산으로 소매점이 사라지고, 온라인 영화의 확산으로 영화관이 사라진다면 이곳에서 일한 사람들은 직장을 잃을 것이다. 한때 최고의 회사였던 카메라 필름 회사 코닥이 전자 카메라의 등장으로 몰락했듯이, 시장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이 경우 대안은 평소에 대안이 될 수 있는 시장을 발굴해야 한다. 나의 기술과 서비스를 사줄 또 다른 시장을 찾는 노력도 해야 하지만, 내가 공급할 기술이나 서비스를 새로운 흐름에 맞게 변형시킬 각오도 해야 한다. 더 나아가 미래에 어떤 시장이 도래할지 예상해보고 그에 맞춰 새로운 능력을 개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변화에 대응하는 삶은 늘 불안하고 초조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지친 내 마음을 잘 다독거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셋째, 내 일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란 불안이다. 각 개인이 열정을 태울 수 있는 일이 없어진다는 불안은 기술적으로, 정책적으로 해결하기 힘들다. 일찍이 산업사회 초기에 사회라는 거대한 기계의 작은 톱니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소외감과 무력감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어 왔다. 인공지능기술의 발달로 대부분의 일이 자동화되면 이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사회 전체로는 풍요로워지고 편리해지는데, 개인의 삶은 피폐해지고 무력해지는 역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할 수 있을까. 이 경우 대안은 개인의 능력과 꿈을 알아주는 공동체의 등장이다. 기계가 자동화를 넘어 자율적 존재로 진화해 나갈 때, 그래서 인간의 일을 무차별 대체할 때,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기획하고 실현하도록 도와주는 공동체다. 나의 성장을 바라는 공동체, 공동체의 성장에 기여하는 내가 선순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책은 세 번째 불안에 대한 대안은 논의하지 않는다. 책을 읽는 독자들이 이 부족한 부분을 다른 자료를 통해 채워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참고로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두 권을 소개했다. 좀 더 균형 잡힌 일에 대한 전망, 대응 전략을 구상해보려면 위의 세 가지 관점에서 이 책을 비판적으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 이 서평은 국회도서관의 승인을 받아 '금주의 서평'을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www.nane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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