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서평- 금융시장으로 간 진화론
저자 : 앤드류 로
서평자 : 강형구(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듀크대학교 푸쿠아 경영대학 박사)
인간은 비합리적인데 어떻게 금융시장은 효율적일까?
인저리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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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5 15:21 | 최종 수정 2020.06.2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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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은 인간 진화의 산물이고, 경제학의 법칙이 아닌 생물학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돌연변이, 경쟁, 자연선택과 같은 어떤 종의 운명을 결정하는 요소들은, 금융산업의 발전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p. 27)
『금융시장으로 간 진화론』은 금융에 관심이 있는 국내 독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2020년 초에 코로나-19로 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겪었고, 그 이후의 금융시장과 경제 시스템은 그 이전과 매우 달라지고 있다. 즉 책의 저자가 이야기하듯 시장이 급격한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빠른 속도로 적응하며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코로나-19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미래는 우리가 접하지 못한 비정형위험의 시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즉 금융시장 또는 경제시스템 바깥에서 예상치 못한 형태의 충격이 닥칠 가능성이 높다. 바이러스 등 질병 이외에도 기후변화, 환경, 패권 경쟁, 인공지능의 영향, 자본주의의 미래, 인구구조, 양극화, 초연결사회 등 문제가 될 만한 비정형적인 불확실성은 인류에게 산적한 상황이다.
이 책에 의하면 이러한 비정형적인 불확실성은 모두 환경 충격이다. 그리고 환경 충격은 시장을 변화시킨다. 시장이 변화하면 시장에서 '거주'하는 시장참여자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릴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지금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금융시장으로 간 진화론』은 적응적 시장 가설(AMH: adpative markets hypothesis)에 관한 책이다. 금융경제학자들이 금융시장을 보는 관점은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가설과 행동경제학적 관점, 즉 인간 의사결정이 비합리적이라는 관점이 섞여 있다. 여기서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의미는, 예를 들어 어떤 주식의 시장 가격이 이미 많은 정보를 반영하여 결정되어 있으므로 우리가 노력해서 저평가된 주식을 찾는 것이 힘들고 그래서 주식투자로 시장평균을 뛰어 넘는 이익을 거두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AMH는 바로 효율적 시장가설과 행동경제학을 진화론적 시각에서 융합하려는 시도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의 경쟁은 적응과 혁신을 가져오고 이를 통해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진화가 일어난다. 그리고 이 진화를 통해서 시장이 바뀐다. 변화가 일어나는 특별한 시기의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환경에서는 시장은 효율적인 편이다. 그러나 효율적 시장은 특수한 상황에서 성립할 뿐이고 시장 자체가 진화하고 발전하는 상황에서는 효율적 시장을 이야기하기 힘들다. 어떤 시장인지 자체를 정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은 그 자체로 “효율적이다, 효율적이지 않다.”라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시장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며 변화하며 발전한다. 즉 시장은 동적이다. 동적인 시장에서 효율성은 크게 의미가 없는 개념인 것이다.
그렇다면 진화론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투자자로서 생존하고 좋은 성과를 거두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론 진화의 승자를 미리 알 수 있으면 그 승자에 투자해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평범한 투자자 입장에서 어떻게 승자를 예측할 수 있을까? 이는 너무 어렵다. 결국 평범한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분산투자다. 여기서 분산투자는 흔히 말하는 것처럼 많은 주식과 채권에 골고루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더 적극적인 투자를 의미하는데, 어느 종(species)이 진화에 성공할지 모르기 때문에 주식과 채권은 물론 다른 다양한 자산들에도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헤지펀드, 벤처캐피털과 같은 창업금융, 부동산이나 인프라와 같은 대체자산에 골고루 투자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주식에 투자할 때도 다양한 종류의 주식투자전략에 골고루 투자하는 등 전략에도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그리고 시장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위험관리를 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어떤 특정한 자산이나 전략의 위험도가 높아질 때 그 자산과 전략에 투자를 줄여야 한다. 장기투자도 중요하지만 장기투자가 가능하려면 일단 금융시장에서 생존(survival)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이다. 국내 금융기관들과 금융시스템은 앞으로 닥쳐올 비정형위험과 이에 따른 시장의 변화에 대하여 무슨 대비가 되어 있을까? 각종 비정형 충격들은 금융시장과 경제시스템을 뒤흔들 것이고 금융시장의 이해관계자들은 생존과 관련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환경과 시장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금융시장참여자는 도태될 것이고, 살아남은 이해관계자들은 더 큰 번영을 누릴 것이다. 급격하게 바뀐 시장이 안정되기 전까지 효율적이지 않은 시장에서 많은 초과수익을 달성할 것이다. “금융시장으로 간 진화론”에 의하면 혁신, 그것도 환경에 적응하는 시장의 발전에 부합하는 혁신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전략이다.
결국 우리는 첫째, 시장의 변화 방향을 잘 예측하거나 오히려 주도하고, 둘째, 변화방향에 맞는 적절한 혁신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전략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이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행동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의사결정 과정을 진단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처방을 해야 할 것이다. 투자자들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고 변화속도가 빠를수록 최대한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되, 금융상품에 포함된 각종 숨겨진 비용을 파악하고 최대한 경제적인 방법, 저렴한 방법을 찾아 투자를 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이 서평은 국회도서관의 승인을 받아 '금주의 서평'을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www.nane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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