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교수의 '북중국경 5000리를 담다' (12)붉은 깃발 따라 걷는 소년들

강동완 승인 2018.12.02 21:33 | 최종 수정 2018.12.02 21:45 의견 0
저 소년들, 붉은 깃발을 따라 어디로 가는 걸까?

한 무리의 아이들이 산비탈길을 걷는다.

저마다 한 짐의 배낭을 짊어지고 붉은 깃발 높이 든 선두를 따라간다.

배낭에 달린 하얀색 표지가 눈에 띄었다.

사진을 확대해 보니 '총폭탄', '일당백', '백두의 혁명정신'이라 쓴 글귀가 보였다.

각오를 다지는 구호일까?

북한의 아이들은 14살이 되면 준군사조직인 <붉은청년근위대>에 가입한다. 10일 이상 계속되는 행군과 숙영을 하는 야외훈련에 참가하는 것도 이 시기다.

사춘기 소년의 수줍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붉은 깃발 아래 군인으로 자라간다.

고갯마루 넘어가면 무엇이 기다릴까?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기는 아이들의 거친 숨소리가 희뿌연 흙먼지에 묻힌다.

두 동강난 이 땅의 참평화와 통일을 위한 한 줌의 밀알이 되기를 희망하며.

<동아대학교 교수 / 북한이탈주민지역적응센터(부산하나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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