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리(平里) 선생의 명촌리 일기 (1)누가 모과(木果)를 모개라고 했는가?

포토 에세이 932 일흔 살의 봄날들32

이득수 승인 2020.04.08 23:35 | 최종 수정 2020.04.10 11:41 의견 0
모과 꽃

 사진에 보이는 꽃이 모과 꽃입니다. 경상도 사투리로 “모개도 과일인가?” 하는 말처럼 못생긴 과일의 으뜸으로 치는 것과 꽃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가 나지요. 그 뿐이 아닙니다.  처음 연두 빛 새싹이 돋아나는 가녀린 새순이 얼마나 여리고 애틋한지 옛 선비들 말로 과히 눈눈(嫩嫩)하다고 할 것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나무등걸도 수피가 너무나 맑고 투명하여 누가 보아도 살색 고운 미인이 연상됩니다. 또 드문드문 열리는 과일도 누르스름 소박한 색깔이며 웅굴뚱굴 자연스런 모습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는데 사람들을 그걸 왜 못 생겼다고 하는 걸까요? 하는 일 없이 늘 심각한 마초할배가 곰곰 생각하기로

  하나, 창공에 매달린 둥근 열매가 하필이면 새끼로 엮어 매단 메주와 닮았고
  둘, 조선왕조 내내 숭유억불에(崇儒抑佛)에 억압받던 스님의 알머리와 닮아서 그렇다고 짐작하지만 절대로 정설은 아닙니다. ㅎㅎㅎ.

 아무튼 그 못 생긴 모과가 향이 좋아 모과차로 먹기도 하지만 열매자체를 삶거나 구워 양식으로 먹는 자연인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마초할배 평리(平里)선생이 특별히 <모과오미(木果五美)>를 지정했으니 두루 활용바랍니다.

     모과(木果五美)

  1. 맹아눈눈(萌芽嫩嫩)
    가녀린 연두 새순 못 견디게 아름답고
  2. 세화분홍(細花粉紅)
     앙증맞은 꽃송이는 송이송이 분홍인데
  3. 수피백옥(樹皮白玉)
    말갛게 씻은 피부 투명하기 백옥이며
  4. 소과향심(少果香深)
    드문드문 여는 열매 향기 또한 은은하고
  5. 둔과일미(鈍果逸味)
    두루뭉술 열매까지 맛 하나는 일품일세.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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