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리(平里) 선생의 명촌리 일기 (2)멧 마늘, 웅녀의 양식

포토 에세이 933 일흔 살의 봄날들33

이득수 승인 2020.04.09 19:34 | 최종 수정 2020.04.10 11:42 의견 0
산마늘

 사진에 보이는 풀이 경상도에서 <멧마늘> 또는 멧망구라고 부르는 자연산마늘입니다. 물론 먹을 수 있고요. 인터넷으로  산마늘을 검색하면 불고기집에서 쌈으로 나오는 울릉도산 쌈채소처럼 둥글고 넓은 잎의 사진이 나오지만 동부경남일원에서 저 풀을 멧마늘 또는 산마늘이라고 한답니다. 

옛날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음에도 산이 많고 교류가 적어 지방마다 동식물의 이름이 다른 경우가 허다하니 일단 멧마늘로 치고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여러분은 우리가 일상으로 대하는 모든 곡식이나 꽃, 짐승들이 대부분 우리 산야의 자연산을 개량하거나(改良種) 외국에서 들여온 외래종(外來種)으로서 그 원형이 아직도 우리의 야산과 해안가에 대부분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평리(平里) 이득수

사진에 보이는 산마늘을 비롯해 돌깨, 산부추, 돌복숭아, 돌배가 있고 꽃도 산나리 꽃처럼 대부분 산에서 캐다 심어 개량을 시킨 것이지요. 심지어 요즘 신세대가 즐기는 치킨의 재료인 닭도 산에는 <산닭>이 있었고 물에는 <물닭>이 있습니다. 또 산우렁이, 산대합처럼 바다나 강에서 올라온 조개나 고동붙이가 깊은 산속 떨기나무의 잎이나 그늘에서 발견되기도 한답니다.

지금 우리가 선호하는 의성의 6쪽마늘도 물론 저 산마늘의 후손이고 스페인 마늘이라고 마늘통의 껍질이 붉고 마늘 쪽수가 2중으로 15개쯤 되는 아주 커다란 외래종이 <올마늘>, <벌마늘>역시 저 산마늘의 먼 친척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 산마늘의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저 마늘이 우리 민족의 어미이자 신모(神母)인 웅녀가 석 달 열흘이나 동굴에서 먹고 견딘 영양의 원천이자 저력이며 변신의 모태가 된 점일 것입니다. 변변찮은 산야초의 사진이지만 여러분 모두 옷깃을 한 번 여미시기 바랍니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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