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청산에 살으리랏다」 ... 은막(銀幕)의 여신들

포토 에세이 통산 제1037회(2020.7.19)

이득수 승인 2020.07.18 16:25 | 최종 수정 2020.07.18 17:05 의견 0
마럴린 몬로Bert Parry / Public domain 1953Published by Corpus Christi Caller-Times-photo from Associated Press / Public domain
지하철 환풍구 위의 마릴린 먼로 [Published by Corpus Christi Caller-Times-photo from Associated Press / Public domain]

20세기 들어 영화산업이 발전하자 인류는 스크린이라는 또 하나의 세상을 만남과 동시에 은막의 여신들을 창조해냈다. 그리고는 일상에서는 좀체 접할 수 없는 월등한 외모의 남녀스타를 만나게 되는데 그 월등한 남녀스타가 감미로운 풍경과 음악을 배경으로 달콤한 밀어를 속삭이는 모습에서 금방 빠져들게 되고 점점 몰입하여 마침내 신의 직품 또는 천품에 가까운 얼굴에서 신의 형상을 떠올리게 된다. 그 중에서도 여자스타들에 대한 남자들의 선망이 한층 더 높아 마침내 몇 명의 여신급 스타가 회자된다. 

필자는 영화전문가도 아니고 여성찬미가도 아니지만 그간의 견문으로 대체로 3명의 여배우가 거의 여신에 가까운 미모를 가졌다고 생각하는데 첫째는 무성영화시절의 슈퍼스타 그레타 가르보고 다음은 2차 세계대전 중의 프리마돈나 마럴린 먼로 그리고 데뷔에서 죽음까지 모두가 신비에 사인 그레이스 켈리이다.

먼저 무성영화 시절의 그레타 가르보는 그녀가 당시 그의 독보적인 스타였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외모가 전성기를 지나자 스타는 죽을 때까지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영원한 스타여야 한다면서 고국 스웨덴으로 돌아가 결혼도 않고 은둔생활을 하다 죽었다. 말하자면 죽음에 이르도록 여신으로서 신비함을 잃지 않은 스타였다.

다음은 마럴린 먼로를 들 수 있는데 우리는 그녀에게서 약간 붉은 선정적 피부와 호소력 진한 붉은 입술에서 단번에 섹스어필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2차 세계대전 중 여성으로부터 격리된 피 끓는 젊은 미군들이 모두다 그녀의 사진을 수첩에 넣고 다니다 꺼내 보면서 성적 환상에 빠졌을 것이다. 그리고는 정신대를 동원한 일본군보다도 더 낮은 방법으로 성적 충동을 해결했을 것이다. 그녀가 얼마나 선정적이면 김이 솟아나는 지하철 환풍구 위를 걷다 치마가 올라가는 장면의 놀란 얼굴과 허벅지까지 섹스심벌이 되고.

결국 그녀는 대부분의 미인들이 빠져들기 쉬운 돈과 권력에 빠져 대통령과의 밀회설을 뿌리다 약물중독으로 돌연사를 하고 만다. 천사에 버금가는 매력을 지녔음에도 천사라고 보기에는 많이 속된 삶을 살고 갔다. 그러나 그녀의 붉은 입술 하나로 호소력 짙은 눈빛과 육감적인 엉덩이로 수많은 사내들의 성적 기갈(飢渴)을 풀어준 데다 늙어 쇠락하거나 지탄을 받기 전에 돌연사한 점도 역시 여신답기는 하다. 그러나 세 명의 스타 중에서 가장 육감적이기는 하지만 신비함은 떨어지는 것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레이스 켈리 [Metro-Goldwyn-Mayer / Public domain]
그레이스 켈리 [Metro-Goldwyn-Mayer / Public domain]

다음 그레이스 켈리는 우리는 허리우드의 가장 신비한 스타에서 가장 난잡한 여인, 방금 무슨 외설적인 일을 벌여도 차마 믿을 수 없고 욕을 할 수 없는 신비를 넘어 거의 성스러운 미모를 가진 스타였다. 그러나 그 월등한 천품에 비해 그녀는 너무나 뜨거운 에너지랄까 천박한 성적 취향을 가졌는지 하나의 영화에 출연하면 늙은 상대남자배우는 물론 감독과 스텝진, 하다못해 소품담당의 풋내기들도 빠짐없이 침대로 끌어들였다는 추문을 남겼고 심지어 자기의 방에 한 남자친구와 지내다 또 다른 친구가 오자 먼저 온 친구에게 가게에서 무얼 사오게 하고 그 짧은 시간에 새로운 친구와 정사를 가졌다는 거의 전설적인 색광(色狂)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지금껏 지구에 나타난 수많은 여성 중에 그녀만큼 완벽한 미모와 신비한 눈빛을 가진 사람은 없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느끼는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넘어 참아 어떻게 설명할 수도 없는 백치미와 관능미로 그녀의 말갛게 개인 얼굴에서 속된 사랑, 저질의 성을 도무지 느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레타 가르보가 청순함을 마럴린 먼로가 너무 뜨거워 방큼 불타버릴 것 같은 정염을 상징한다면 그레이스 켈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신비함으로 일관했다니 과히 하늘이 낸 미모, 여신의 미모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거기다 그녀는 말년의 행적으로 한층 더 그 신비함을 더 하는데 은막의 여왕이 실제로 모나코라는 소국의 왕비가 된다는 점, 그리고 갑작스런 사고로 불꽃처럼 산화되었다는 점, 절대적 미모로 추문마저 잠재운 점도 셋 중 가장 여신에 가깝다. 

다이아나비와 Russ Quinlan / CC BY-SA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2.0)
다이아나비 [Russ Quinlan / CC BY-SA /2.0]

지금 세계의 호사가들이 새로운 여신 하나를 창조하고 있는데 이는 바로 다이아나 왕세자비다. 위의 세 스타만큼 미인은 아닐지라도 귀족으로 태어나 세자빈이 된 신분적 고귀함, 그럼에도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혼자 남겨지다 마침내 새로운 사랑을 찾고 그러다가 파파라치의 추격을 피하려다 교통사고로 죽고. 세월이 지나면서 그녀는 점점 인간의 세자빈에서 안타까운 여신으로 포장되어 갈 것이다.

이영애TV10 / CC BY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3.0)
이영애 [TV10 / CC BY /3.0]

그러면 우리나라의 여배우 중에는 여신의 풍모를 가진 사람이 없을까? 월등한 미모의 여배우는 인기를 얻기 바쁘게 대부분이 추문에 휩싸이고 마는 지라 좀체 여신을 상상할 수가 없는데 그래도 가장 근접한 사람을 꼽으라면 아마 <산소 같은 여자> 이영애가 가장 가까울지 모르겠다. 그녀의 얼굴에는 아름다움을 넘어 마치 이슬방울과 같은 청신함, 청순함이 있다. 그러면서도 건강하고 싱싱한 성적 끌림도 부족하지 않다. 사견이긴 하지만 여신으로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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