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청산에 살으리랏다」 ... 사철가 (1)이산 저산 꽃이 피니 

포토 에세이 통산 제1042호(2020.7.24)

이득수 승인 2020.07.23 20:46 | 최종 수정 2020.07.23 21:03 의견 0
길이 이어진 쪽 끝에 골안못 둑, 먼산 그리고 하늘.

경기민요 <사철가>는 중머리가락의 짧은 민요(단가)입니다. 사철의 변화에 인생의 생로병사와 흥망을 빗대어 왕조시대 우리 백성이 살아가야할 도덕률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처음 봄이 와도 내가 늙어 처연한 마음이나 우거진 녹음이 금방 단풍이 들고 백설이 훨훨 휘날리는 자연풍경까지는 자칫 비장감이 풍길 만큼 깊이가 있습니다.

그러다 마지막 부분에 가면 인생이 80을 살아도 자는 날, 병든 날, 근심, 걱정하는 날 다 빼면 40년도 못 사는 일, 죽어서 만반성찬은 살아서 탁주 한 잔보다 못하다는 현실, 하루하루를 즐기면서 살자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이 노래의 주제랄까 메시지가 나와야 되는데 앞의 전개에 따르면 중국의 역사나 고사를 인용 굉장히 고상하고 철학적 마무리가 되어야하는데 기껏 

국고투식허는 놈과 부모불효 허는 놈과 
형제화목 못허는 놈 차례로 잡어다가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버리고...
남은 사람끼리 형님동생 찾으며 한잔 허소, 그만하게, 하면서 그러덩거리고 놀아보세. 

하는 극히 유치하고 치졸한 끝을 맺고 맙니다. 

복숭아꽃

지금까지 무척 긴장하고 들었던 사람은 자기도 몰래 “푸, 하하하.” 웃음이 터질 것 같은 이 장면은 한편으로는 주자학에 물든 선비문화 속의 인생관과 도덕률을 한꺼번에 포기하고 소소한 앙심으로 보복하려는 유치한 마무리이지만 그 시절로 봐서는 그럴 수 없을 만큼 파격적인 반전일 것 같기도 할 것입니다.

명촌별서가 있는 등말리가 간월산 자락의 사철변화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장소에다 마초할배 역시 허옇게 늙은 사람이라 가히 <사철가>를 한 가락 뽑을 처지이기는 한데 창(唱)을 배우지 못 했으니 사진 몇 장을 곁들여 음미해보기로 합니다.

풀씨꽃

경기민요 <사철가>는 명창 안숙선과 조상현을 비롯하여 오정해, 이선희 등 여러 사람이 불렀지만 그중 조상현 창이 비교적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읍니다.

     사철가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 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헌들 쓸데가 있나

필자 남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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