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청산에 살으리랏다」 ... 그래, 초록이다, 초록빛이다①

포토 에세이 통산 1038호(2020.7.20)

이득수 승인 2020.07.19 10:23 | 최종 수정 2020.07.19 19:19 의견 0

    

초록바다

명촌마을 머리 허연 노인 하나가 산골에 터잡은 지 5년 동안 아침저녁 초록 논길, 오솔길 걷자 가슴 가득 고인 초록 풀물이 누에처럼 투명하게 배어내오는데...

그래 빛이야, 모두 초록빛이야,
시골살이는 초록살이다, 
날마다 눈앞가득 펼쳐는 초록, 
초록에 물들며 사는 삶이다.

저 새파란 초록바다 사진 좀 보라.
6월말 우중충한 마른장마가 
저 우울한 구름으로 하늘 막아도,
산꼭대기 잘라먹고 어둠 채워도 
청 푸른 호밀밭은 시야 넘치고 
작은 산들 고즈넉이 숨죽인 마을(확대해서보면) 
그냥 노근하게 낮잠에 들어 
송아지와 짚방구리도 다 느긋하다. 
고갯마루 요양병원 팔순이 넘은
곱게 늙은 순이(順伊)들도 꿈에 빠진다.

초록의 여름 논 
가을 풍경
구름 낀 하늘 아래 회갈색 들판

산골살이 달력에는 요일이 없다. 
춘하추동 도시인의 사계절들이
순정의 연두 빛과 열정의 초록, 
그렇게 봄여름의 초록바탕에

초가을 맑게 씻긴 깊숙한 하늘,
저 붉은 단풍과 황갈색 낙엽, 
그리고는 회갈색 막막한 들녘,
주검처럼 엎드린 기다림이다. 
녹(錄)청(靑)황(黃)회(灰) 바탕색의 사계절이다.
초록색과 친구들의 이어달리기...

겨울을 찢고 고개를 내민 새싹
새봄의 진달래
함성 지르는 꽃들

기나긴 겨울 찢고, 지심을 찢고 
초록빛 새싹하나 잎을 피우면(2.29)
분홍빛 꽃다발로 진달래 피고(3.13)
저 들녘 가득한 꽃의 함성에(3,22), 
두릅순 귀를 세워 봄을 맞는다(3.25), 
그렇게 초록 세상 열리는 거다.

봄을 맞는 두릅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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