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老)시인 이득수의 「70년간의 고독」 - 아름다운 노랫말② 이상우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

제1135(2020.10.25)

이득수 승인 2020.10.24 15:01 | 최종 수정 2020.10.24 15:20 의견 0

노영심작사, 이명우 작곡의 이 노래는 껑충하고 호리호리한 몸매에 어쩐지 좀 어벙해 보이는 안경잡이 이상우가 불러 한때 장안의 화제가 된 노래입니다.

그 줄거리는 스무 살 전후의 청년이 사귄지 얼마 안 되는 처녀를 만나기로 약속된 노란 찻집으로 가다 그 100m 앞에서 마구 설레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 하고 잔뜩 꾸미기는 했지만 어딘지 부자연스런 자신을 돌아보는 모습을 눈에 선하게 클로즈업 시킨 것입니다. 우선 가사1절을 보겠습니다.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 / 작사 노영심, 작곡 이남우, 노래 이상우

저기 보이는 노란 찻집
오늘은 그녈 세 번째 만나는 날
마음은 그곳을 달려가고 있지만
가슴이 떨려오네

새로 산 구두가 어색해
자꾸 쇼윈도에 날 비춰 봐도
말쑥한 내 모습이 더 못마땅한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

장미꽃 한 송이를 안겨줄까
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
머릿속에 가득한 그녀 모습이
조금씩 내게 다가오는 것 같아

하늘에 구름이 솜사탕이 아닐까
어디 한번 뛰어올라볼까
오늘은 그녀에게 고백을 해야지
용기를 내야지

이 노래를 제가 아는 수천 곡의 가요 중에서 노랫말이 아름다운 노래 1번으로 뽑은 이유는 첫째 우리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본능이자 황홀한 욕구인 풋풋한 사랑의 출발과 설렘이 가식 없이 표출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물론 다 늙은 사람조차 이 노래를 듣는 순간 저도 몰래 입가에 한줄기 미소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입니다. 

다 같은 사랑이나 구애라도 우리나라 트로트는 대체로 희망과 열정, 환희이기보다는 늘 이별과 후회, 비탄과 탄식에 젖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에 비해 괜히 이 노래이 사랑은 새로 산 구두나 한껏 차려입은 모습이 어색하고 장미꽃 한 송이를 전해줄까, 무슨 말을 어떻게 붙여볼까 조바심을 내는 그 출발점이 눈앞에 선해 남자들은 저도 몰래 그렇게 조바심을 내는 사내가 되고 여자는 그 만남의 주인공이 된 착각에 빠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어도 누구나 한나절쯤은 가히 미소를 띠우게 할 만큼 재미가 쏠쏠한 것입니다.

이 노랫말의 백미는 단연 '하늘에 구름이 솜사탕이 아닐까 어디 한번 뛰어올라볼까'입니다. 세상에 아무리 마음이 설레기로 하늘의 구름이 솜사탕으로 다 보이는 것일까요? 부드럽고 달콤하고 따뜻하며 꿈이나 동심처럼 뭉글뭉글 피어오르는 솜사탕, 젊은 남녀의 사랑을 그 솜사탕으로 느끼는 것은 마악 연애를 시작하는 젊은이가 아니고는 힘들 것입니다. 
 거기에다 그 구름솜사탕을 손에 만져보려고 어디 한번 뛰어올라보려는 순수한 젊음의 도약(跳躍)...

노영심
노영심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 노래의 작사가가 전문작사가가 아닌 가수 노영심이란 점입니다. 통통한 몸매와 동그란 얼굴에 덧니가 귀여운 가수 노영심, 작사 당시 한갓 어린 처녀가 섣부른 시인도 담아내기 힘든 그 호기심과 설렘, 기대가 가득한 사랑의 가사를 작사하다니 말입니다.

젊은 날의 노영심, 이상우의 사진을 올립니다. 동그랗고 순한 노영심의 얼굴에서 이런 가사가 나오고 이상우의 꺼벙한 모습에서 그 설렘이 한층 고조되었을 것입니다. 
따로 붙인 음원을 한번 들어보시고 한 나절쯤 가벼운 행복에 젖어보시기 바랍니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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