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老)시인 이득수의 「70년간의 고독」 - 아름다운 노랫말① 시와 노래
에세이 제1134(2020.10.24)
이득수
승인
2020.10.23 10:22 | 최종 수정 2020.10.2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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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방송의 절반이 음악으로 이루졌다고 하고 또 어떤이는 세상의 절반, 인생의 절반이 노래라고도 합니다. 한적한 시골에 외롭게 살며 병까지 든 지금에는 점점 노래를 듣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게 <가요무대>나 <전국노래자랑>같은 kbs1의 프로그램이니 저는 참으로 착한 늙은이입니다. 이 늙은 시인이 듣기에도 참으로 의미가 깊고 울림이 좋은 노랫말도 많습니다. 그래서 제 평생 들은 수천 곡의 대중가요 중 가장 아름다운 노랫말로 다가오는 노래 20곡을 발췌, 여러분과 함께 감상하기로 하겠습니다.
(이 <아름다운 노랫말>을 지난 연말에 20곡을 선발해 당시 제 혼자서 이웃에게 보내는 포토에세이 독자들에게 보냈습니다만 1.내용이 아쉽고 부족한 부분이 많고 2.일부의 노래를 보다 절실한 가사의 노래로 바꾸어 3.이제 인저리타임이라는 보다 넓게 열린 공간으로 띄어 올리니 그리 아시기 바랍니다.)
시(詩)는 인간의 감정이 가장 잘 표출된 정서(情緖)의 알갱이입니다. 그렇게 가장 잘 정제되고 숙성된 시의 분자(分子)를 기초로 수필, 소설, 드라마의 대본이 파생되고 노래, 오페라의 가사가 되며 그 빛과 음영을 지면(紙面)에 펼친 것이 회화(繪畵)가 되고 공간에 세운 것이 조각(彫刻)이 됩니다.
사춘기에는 누구나 한번쯤 시인이 되고 가수가 되려는 꿈을 꾸게 되는데 대부분이 연애편지를 주고받던 사춘기가 지나면 그만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저 유행가나 흥얼거리며 일생을 살아갑니다. 그처럼 노래와 춤, 즉 가무(歌舞)야말로 인간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예술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예술적인 두 요소, 시와 노래를 아울러 노래하는 시인이나 시를 쓰는 가수는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그건 시가 개인적 정서라면 노래는 대중이 부르고 널리 전파되어야 하는 사회적산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나훈아나, 윤수일처럼 작사, 작곡, 노래를 다 잘하는 가수들이 있기는 하나 그 가사가 상당히 멋져 보이면서도 시와는 뭔가 느낌이 다르며 소월이나 정지용의 명시가 대중가요로 변신해도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그럼 시인이 좋아하는 노래가사는 어떤 것일까요? 원래 소설가를 꿈꾸다가 40대에 문득 시인이 된 저는 어떻게나 시를 좀 써야 된다고 몇 년을 허덕이며 두 권의 시집을 내고 위기가 닥쳤습니다. 고작 고향에 대한 회귀(回歸), 첫사랑에 대한 미련, 고달픈 직장생활의 애환에서 찾아오던 밑천이 그만 바닥이 나고 만 것입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가사, 특히 대중가요에서 어떤 동기랄까, 원형을 발견하고자 한동안 제 기억에 남은 모든 노랫말을 컴퓨터로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대중가요는 물론 학교에서 배운 동요와 가곡, 교회에서 배운 찬송가, 군에서 부르던 군가, 농악상쇠 우리 아버지가 흥얼거리던 상두가와 농악사설, 온갖 타령에 사춘기 사내와 군인들이 부르는 아주 단순하고 외설(猥褻)적인 노래까지 한 3,500곡을 섭렵하자 다시 시적 영감이 조금씩 살아난 적이 있습니다. 그 후에도 노래가사에 꾸준히 관심을 가졌으니 적어도 한 5,000곡은 섭렵한 셈입니다.
제 비록 변방(邊方)의 늙은 시인이지만 제가 보는 가장 아름다운 노랫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애국가나 <잘 살아보세>처럼 너무 노골적이거나 관념적이지 않고 또 너무 감상적이거나 거칠지도 않으면서 부드럽게 다가오고 따뜻한 여운을 남기는 좋은 가사는 어떤 것일까를 곰곰이 생각하다 선발한 아래의 20곡을 같이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코로나19와 장마, 태풍등 삶의 조건이 악화된 이 가을에 늘 귀에 익은 우리가요와 함께 알뜰한 연말이 되기를 바랍니다.(본 에세이는 지난 겨울 한번 시도해본 것이나 아름다운 우리 가요에 비해 대상가요의 선정등 작가가 너무 서두는 바람에 아쉬운 부분이 많아 선정가요의 일부를 바꾸고 내용도 찬찬히 새로이 검토한 회심의 작품이니 부디 애독해주시기 바랍니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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