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185 가을의 노래 - 너무 예쁜 돼지풀꽃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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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4 16:24 | 최종 수정 2021.10.1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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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빨간 꽃이 바로 고마이대라고 불리는 돼지풀꽃입니다. 주로 습기가 많은 하천바닥이나 산기슭, 논두렁에 많이 자라고 무성히 자라 억새나 바랭이풀처럼 한국의 들판에 가장 흔한 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너무나 무성히 자라고 잘 번짐에도 불구하고 소나 가축이 먹지 않아 별 쓰임새는 없습니다만 펄이나 모래톱에도 잘 자라 열대지방의 강 하류, 기수(沂水)지역의 맹그로브나무처럼 토양유실을 막고 물고기와 새우를 비롯한 작은 치어와 올챙이들을 먹이고 숨기고 키워내는 제1차 생산자로서 생태계의 중심인 것입니다.
따라서 소쿠리를 들고 미꾸라지를 잡던 우리 어린 시절의 아이들은 저 고마이대에 대고 그냥 지근지근 밟기만 하면 반드시 미꾸라지 몇 마리가 나오니 매우 좋아할 수밖에요.
그 흔하고 천한 풀이 초가을에 아주 짧게 잠깐 꽃을 피우는데 처음에는 물에 불린 쌀알처럼 하얗지만 한참 시간이 지나면 발갛게 채색되어 한과, 약밥, 강정, 식혜 같은 쌀 가공식품의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쯤 개울가나 산기슭, 들길에 수없이 번져 그 꽃송이를 다 센다면 계산기의 끝까지 숫자가 이어져도 모자랄 것입니다. 만약 들길을 걷는다면 한 번쯤 흘낏 옆으로 눈길만 돌려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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