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명촌리 사계(四季) 189 가을의 노래 - 아름다운 꽃, 꽃향유
이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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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8 22:30 | 최종 수정 2021.10.18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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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산길이나 들길에는 구절초나 들국화보다 더 눈에 띄는 절세미인이 하나 있는데 바로 보라색의 꽃향유 군락입니다. 어찌 보면 들깨 비슷하기도 하고 방아 비슷하기도 한 잡초가 오동바랭이나 억새 사이에 끼어 자라는 한여름까지 그 존재도 알 수가 없는데 추석이 지나 가을이 한창 이울 때 쯤 슬그머니 논두렁이나 산기슭을 덮어갑니다.
처음 그 이름을 몰라 이웃에 사는 누님께 물어보니
"들깨 닮았으니 돌깨겠지.“
하다
“이파리는 방아이파리를 닮았네. 그러면 돌방안가?”
하다
“농사꾼이 별 걸을 다 생각하네. 그냥 포란 것은 풀이고 뺄간 것은 꽃이지.”
얼버무려 인터넷<다음>으로 꽃 이름을 검색해보니 뜻 밖에도 <꽃향유>라고 나왔습니다.
꽤 아름다운 이름이기는 한데 어쩐지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저 소박하고 단순한 산야초에게 <꽃향유>가 너무 사치한 것도 같고 과분한 것도 같고 그냥 <돌깨>라면 좋았을 것을, 아무튼 보면 볼수록 참 아름다운 꽃입니다.
<시인, 소설가 / 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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