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의 지리산 산책 (13)하동야생차박물관 고운 최치원전
조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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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3 22:38 | 최종 수정 2018.11.1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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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살고 있는 경남 하동군 화개골에 위치한 하동야생차박물관은 11월 13일 ‘최 고운을 찾아 청학동에 들다’ 주제로 고운 최치원 전시회를 열었다.
야생차박물관이 이번 전시회를 갖게 된 것은 쌍계사에 최치원이 쓴 진감선사탑비를 비롯해 화개골 일대에 그와 관련한 흔적이 많이 남아 있고, 최근에 그의 필적으로 추정되는 글씨 ‘완폭대’(翫瀑臺)가 발견된 때문 등이다.
전시는 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 제1, 2관에서 2019년 6월 30일까지 열리며, 전시품은 20여 점이다.
제1관에는 겸재 정선의 그림이냐 아니냐로 논란이 되고 있으며, 영남 명승고적 58곳의 절경을 그린 『교남명승첩』에 들어있는 ‘하동 불일암폭포’‧‘하동 신흥사’, 1725년 진감선사탑비 비문을 탁본하여 그대로 목판을 만든 ‘하동 쌍계사 비문 목판’과 그것을 인쇄한 ‘하동 쌍계사 진감선사탑비 비문 목판본’ 등이 전시돼 있다.
또한 그동안 조선시대 문사들의 글에 최치원의 글씨로만 전해오다 지난 5월에 불일폭포 인근서 발견된 ‘완폭대’ 탁본, 그의 글씨로 전해지는 화개면 범왕리에 있는 ‘삼신동’(三神洞) 탁본, 범왕리 계곡 너럭바위 위에 최치원이 이곳에서 귀를 씻고 지리산으로 들어가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세이암’(洗耳嵒) 탁본,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에 있는 ‘월영대’(月影臺) 탁본 등이 전시돼 있다.
제2관에 들어서면 최치원의 진영(眞影) 3점을 만난다. 먼저 보이는 것이 1793년 쌍계사에서 제작돼 현재 경주 최씨 문중에 소장되어 운암영당에 모셔져 있는 ‘운암영당 고운선생 영정’이다. 현재 전해지는 최치원 진영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옷차림이나 배경은 유학자의 모습이나 원래 그림은 신선이 된 최치원에게 두 명의 동자가 공양하는 모습이었다. 사찰에 모셔졌다가 운암영당에 모셔지는 과정에서 덧칠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 진영은 경주 최씨 문중이 소장한 ‘문창후 최선생 진영’으로 1830년 역시 쌍계사에서 조성한 것이다. 옷차림과 배경을 보면 최치원을 신선의 모습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으로 18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최치원 진영’은 관모를 쓴 관복차림이지만 결가부좌를 한 자세로 손에 불자(佛子)를 들고 있어, 사찰에 봉안하기 위해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3점의 진영 외에 1767년 이후에 제작돼 악양 등의 지명이 보이는 ‘좌해지도 경상도’, 18세기에 제작된 지도로 최치원과 관련된 쌍계석문‧쌍계사‧불일암 등의 지명이 표시된 ‘광여도 하동부’, 제작연대는 알 수 없으나 화개동과 청학동이 표시된 ‘동국여도 영남도’, 1961년 세창서관이 발행한 딱지본 소설 ‘최고운전’ 등이 전시돼 있다.
전시를 준비한 장혜금 학예사는 “최치원은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한 후 현실을 떠나 방랑하며 한없는 자유를 누린 인물인데다 화개 지역 곳곳에 그와 관련한 전설과 설화가 많이 남아 있어 이번 기획전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역사한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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