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시인 조해훈, 시집 '노랭이 새끼들을 위한 변명' '묵장' 발간

조송현 승인 2019.01.13 17:13 | 최종 수정 2019.01.14 01:08 의견 0

지리산에서 시집이 두 권 왔다.

40년 도회지 생활을 청산하고 지지난해 지리산 화개골 목압마을에 정착한 조해훈 시인의 시집들이었다.

'노랭이 새끼들을 위한 변명'(빛남)과 '묵장'(푸른별)이라는 제목이 달린 시집에서 삽상한 지리산 바람이 나는 듯했다.

반가운 마음에 축하 전화를 걸었다. 탈고한 시점은 다른데 출판사 사정으로 우연히 두 권의 시집이 함께 나왔다고 한다. '노랭이...'는 열 네 번째, '묵장'은 열 다섯 번째 시집이다.

푸른별 출판사 대표이자 선배 시인인 류명선 시인에게 '묵장'이 열 다섯 번째라고 했더니 "소다 소!", 하더란다. 소처럼 우직하게 꾸준히 시를 써온 데 대한 찬사이자 감탄사다.

두 시집은 지난 2014년 펴낸 '말하지 않은 자의'(푸른별) 이후 5년간 쓴 시편들을 담았다. 이 중 '노랭이 새끼들을 위한 변명'은 시인이 화개골 목압마을에 정착한 이후에 쓴 시편들만 모았다.

집에 작은 목압고서박물관과 목압문학박물관을 열고 뒷산에 직접 차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조 시인의 모습을 수묵화로 담백하게 그린 듯하다. 서시 '저 산이 내게 말하는 건'을 비롯해 '불일폭포 앞에서' '노고단에서' '첫눈 내린 목압마을' '화개동천의 물소리를 들어며' '차산에서 내려오면서' 등 지리산과 화개골을 직접 드러낸 제목의 시편들이 많다.

표제작 '노랭이 새끼들을 위한 변명'은 집에 찾아든 길고양이 '노랭이'의 출산, 그 기약없이 찾아온 행복을 노래했다. 

조해훈 시인
조해훈 시인

열 다섯 번째 시집 제목 '묵장'(墨莊)은 직역하면 '먹물(문학, 지식)의 장원'이라는 뜻. 척박한 화개골을 문향이 피어나는 문학의 장원으로 만들고 싶은 바람을 담았다.

두 시집의 시편들은 삶의 체험들을 시화(詩化)하는 평소 스타일을 대체로 유지하고 있으나, 내용상 변화한 경향도 감지된다. 이전엔 자신을 자책하고 안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강했다면 화개골에 정착한 이후의 시편에서는 오그라든 마음을 훌훌 털고 초탈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영화 '일 포스티노', 이탈리아 작은 섬에 망명한 칠레의 유명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시에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우편배달부 청년 마리오에게 말하지 않았던가 시는 은유이다 의지만 있으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네루다의 말 시인이 된 마리오가 집회에 참가해 죽는다 영화를 다 보고 생각이 들었다 삶은 은유이다 은유 메타포란 고요한 호수이기도 하고 모든 것을 휩쓸고 가버리는 광풍이기도 하다 출렁이는 마음 슬픈 얼굴도 은유이다 햇살 좋은 만추의 지리산도 은유이다 《노랭이 새끼들을 위한 변명》 중 <삶은 은유이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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