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객관적 발전 정도에 비해서 시민들이 느끼는 행복도가 매우 낮은 사회라는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객관적인 지표를 개선은 많이 이뤄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불행하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현재보다 더 나아지지 않고도 현실 속에서도 조금 더 행복한 사회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OECD 최고 수준인 현재의 불평등 속에서도 우리는 좀더 행복해질 수 없을까?
갤럽의 행복도 조사에는 재미 있는 항목이 있다. 이른바 사회적 지원을 조사하는 항목이다. “당신이 곤란한 상황에 있을 때 도움받을 수 있는 친구나 친척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그것이다.
다들 아시겠지만 한국의 이 항목은 언제나 OECD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는다. 내 기익이 맞다면 1.7명 정도 된다. OECD 평균이 3.3명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있다. 우리 사회는 사적인 개인들 간의 상호부조-지원체계가 '거의 없다고 생각되는' 사회다. 매우 개인주의화된 사회가 한국이다. 자기를 지원할 수 있는 이는 친자도 아니고 부모가 다라는 것.
흥미로운 것은 이 점이다. 이렇게 서로 아무런 도움도 안 되고, 고립되어 있다고 느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을 엄청나게 비교한다. '불평등에 대한 민감함'에 있어서도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남이 가진 것을 가져야 하고, 남이 쓰는 것은 써야 하고 그렇게 못하는 자신은 루저이거나 불행한 삶을 산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자살률 높고, 결혼 안 하고, 애도 안 낳고, 불행을 달고 산다.
한국인들은 서로 전혀 도와주지 않고, 도움을 구할 처지도 못되는데 남과 자신을 끊임 없이 비교하고 남만큼 못되는 자신의 삶을 괴로워 한다. 자신과 타인을 완전히 분리하지 못하고 그에 비추어 자기를 본다. 돈은 없는데 남들만큼 부럽지 않게 살려하니 언제나 불행해진다. 기대 수준은 높고 현실은 척박하다.
막말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인생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왜 남들 시선 그렇게 신경쓰고, 폼생폼사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우리에게는 어쩌면 '니들 인생은 니들 인생이고 내 인생은 내 인생이니 난 나대로 살겠다'는 그런 '정신승리'가 필요하다. 자기 스스로를 보고 자기애와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타인과 비교하지 않으면 한국은 나름 살 만한 곳이기도 하다. 일자리는 유럽보다 많다. 자기 스스로는 자신이 엄청 건강이 안좋다고 생각하지만(인지된 건강) 한국인들의 건강지표는 최상위에 속한다. 그럭저럭 살면 그래도 버틸 수 있는 지원체계가 있다.
물론 비정규직이 되는 것보다 정규직이 되면 좋고, 중소기업 노동자가 되는 것보다 대기업 노동자가 되는 것이 좋다. 필자의 처지에서 말하면 '중규직'인 연구교수보다는 정규직이 훨씬 안정된 삶을 약속한다. 그러나 삶의 과정에서 정규직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 속에서 행복을 찾을 필요가 있다.
어떤 집안 놈들이 애들 수백만 원 과외한다는 뉴스가 나와도 기분 나빠하지 말아야 한다. 저런 것들이 미친놈들이지, 생각하면 된다. 돈많은 투기꾼이 집 몇 채로 수억 벌었다고 하면, 그냥 채널 돌리면 된다. '나는 아직 전세에 살고 있는데 저놈들을 불노소득을 돈 버네, 한국은 역시 지옥이야'라고 생각할 필요 없다. 한국만 그런 세상 아니다. 세계에는 그런 나라 지천으로 널려 있다. 자본주의 세상이 원래 그렇다.
불평등 개선하지 말자는 이야기 아니다. 삶의 목적이 행복이라지만 그건 객관적 지표만 개선된다고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삶의 태도를 바꿀 필요도 있다. 우리는 더 행복해질 권리가 있고, 더 행복해지는 데 중요한 것은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비교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자신에 대한 평가를 자기 기준으로 하자. 또 하나는 즐겁게 대화하고 자신을 모든 것을 알아주는 '친구-벗'을 사귀는 것이다. 돈 안들고 행복해지는 최고의 방법이다.
이렇게 쓰고나니 엄청 체제옹호론자가 되버렸네...
<부경대 SS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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