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마지막 관문은 지나야 된다고 생각된다. 아마 그것이 죽음일 것이다.
사람뿐 아니라 세상 모든 생물은 끝이 있을 것이고, 후손이 있고 식물은 싹으로 번식하고 있다. 바위도 언젠가는 부서져 흙이나 모래로 변할 것이다. 이토록 모든 것은 끝이 있는데 조물주의 뜻은 그 끝을 다시 시작되는 시작으로 회전시켜, 방대한 우주만물을 운행하고 계심일 것이 아니겠는가? 그럴진대, 죽음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을 것이고, 오히려 다시 시작되는 원점으로 가는 길이라 생각해 보면, 우리의 마음은 편해지고 무리한 욕심을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지난 세월 어려웠던 시절에는 신을 원망도 해보았으나, 결론은 내 탓이고 우리 탓이지 신을 원망할 이유가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죽더라도 후손들이 연이어 탄생할 것이고, 내가 못 이룬 것을 그 어느 후손이 이룰 것이라 생각하면 마음은 평정되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헛되지도 않고, 후손을 위하고 나아가 인류 발전에도 다소나마 역할이 되었다고 위안을 가져본다. 모든 생물은 썩어 거름이 되어 후손들이 그 자양을 먹고 성장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음이라! 앞서간 조상, 친척, 친지가 있어 우리는 그 덕으로 살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덕을 쌓고 살면 그것은 좋은 자양이 될 것이니, 후손들이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살아생전에 자기가 하고자 했던 것을 이루지 못해, 즉 성공할 수가 없어도 토대라도 닦아 놓는다면 후손은 몇 계단 앞서 출발할 것이 아니겠는가? 문제는 치매라고 생각된다. 지난 추억과 기억을 상실하여 지난 인생이 없어진다면 얼마나 슬픈 일이겠는가? 더군다나 엉뚱한 말만 해대고, 집을 나가면 돌아올 수 없는 신세가 된다면, 그토록 사랑했던 가족들에게 불행을 불러오는 존재가 된다니, 생각만 해도 슬프다. 이제부터라도 치매에 관심을 갖고 예방해 나가야겠다. 이미 먼저 간 친구 둘은 “알츠하이머”로 고생고생 하다가 가족과는 격리되어 요양원에서 운명하였다. 친척 중에도 치매로 고생하다가 세상 떠난 분이 있고 아직도 투병중인 분도 계시다. 찾아뵈면 나를 알아보지 못하시는지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여 나를 슬프게 하였다.
이번 ‘자서전’ 수업은 나에게는 지나온 날들을 회상하고 반성하는 절호의 기회이고 혹시 올지 모를 치매 전에 나의 과거와 앞으로의 생각을 적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남은 여생은 못 다한 일들을 찾아 마무리를 해야겠다. 그리고 내 처의 천성인 불우이웃돕기에도 적극 참여하여 평생 고생한 우리 집안 재기의 일등공신 대접을 해주고 싶다. 불우이웃돕기는 오래 전부터 하고 있으며, 주로 내 처가 발동을 걸어 성사시키곤 하였다. 집수리를 직접 해서 모은 돈을 불우이웃의 병원비며 자녀 학자금으로 보태주고 있다.
나와 내 처가 27세 때 세 들어 살던 집주인의 아들이 경남 남해에서 교회목사로 있는데, 개척교회(남해성결교회)가 부채가 많아 파산 직전에 직면하여 기독교방송에서 한 간증 방영물을 아들이 스마트폰으로 보여주었을 때 내 처는 10년간 모은 돼지저금통을 뜯어 성금으로 부쳐 주었다. 뜻밖의 성금에 목사는 감동하였고, 그 후 우리집에 인사차 방문하여 교류는 계속되고 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목사에게는 용기가 되었고, 기독교방송에 답지한 후원금으로 경매직전에 남해성결교회는 재기하게 되었다. 우리는 무척 행복감을 느꼈다.
안락사! 이제는 현실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 같다. 당사자도 고통이고 그 가족은 어떠할까? 사람의 목숨은 숨을 쉬고 있다고 있는 것이 아니고, 의식이 있어야 산 목숨일 터인데 인공호흡을 시키고 생명을 연장한들 소생가망이 없다면 당연히 안락사 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종교적으로 인간의 생명은 신의 영역이라고 하지만, 신에게도 가망 없는 생명은 그만 거두어 가시도록 해야 될 것 같다.
누구나 한 번 다 죽는 것! 죽음, 나는 인생의 마무리라 생각하며, 그 마무리를 깨끗이 소박하게 그리고 환경과 자연에 순응하도록 하고 싶다. 나와 내 처는 이미 수목장을 하기로 결심하였다. 나의 세 자녀가 합심하여 투자하는 것을 전제로 앞으로 형편이 허락된다면, 경치 좋은 시골에 터를 장만하여 거기에 수목을 심고, 부모님과 우리 내외의 수목장도 만들고, 아담한 집을 지어 가족들이 설날과 추석에 모여 앞으로의 인생을 담소하고 위로하는 자리가 된다면, 우리내외는 죽어서도 영혼이 그 자리에 같이 하고 싶다.
앞으로의 10년은 지난 세월보다 더욱 소중하게 보내야 될 것 같다. 10년 동안 국내외 정세는 요동칠 것이고, 10년이면 통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10년이면 내 후손들은 하나둘 성공할 것이고 친척, 지인들도 많이 발전할 것이다 문제는 건강! 그때까지 몸 건강이 전제다. 아무쪼록 건강한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겠다.
<전 한국표준협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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