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230)인간은 알 수 없는 은행나무의 생각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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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6 12:07 | 최종 수정 2020.09.0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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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 18. 인간은 알 수 없는 은행나무의 생각
은행(銀行)이 은행(銀杏)을 구하다!
어느 은행이 펼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슬로건이다.
가을이면 은행 씨앗의 냄새 때문에 베어질 위기에 놓인 암 은행나무를 사람이 덜 다니는 곳으로 옮겨 심고, 그 자리에 어린 수 은행나무를 심는다는 것이다.
묘목일 때 암수를 구분하는 기술이 생겼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무튼 이 일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으로 적합한 일일까?
은행 씨앗 냄새를 역겨워 하는 사람들에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 냄새를 그냥 가을의 콩콩한 냄새라고 여길 뿐인 나같은 사람에게는 인간 위주의 프로젝트로 부질없는 일이다.
지금껏 없었던 어느 누군가의 기획창의에 의해 시작된 이 일에 관해 당사자인 은행나무는 어떻게 생각할까?
말없는 은행나무가 어찌 생각할런지 나도 모르겠다.
겨우 이십만 년을 살아온 호모 사피엔스 인간보다 장구한 수십억 년을 살아온 영물(靈物)의 속을 우리는 절대 알 리(理) 없고 알 수(手) 없다.
그런데 조금은 알 법(法)도 하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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