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233)별 쓸데없는 기획창의의 결과물

박기철 승인 2020.09.09 10:32 | 최종 수정 2021.01.14 23:08 의견 0

여덟 21. 난생 처음 겪은 고통스럽던 배멀미

난생 처음 울릉도를 가는 마음은 설레었다.
부푼 기분으로 배에 올랐다.
1층 앞자리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아침 8시 출항한지 10분도 안 되어 설렘과 부품은 왕창 깨지고 말았다.
너울 파도가 심했기 때문이다.
앞자리에 앉은 여자들은 배가 넘실댈 때마다 높은 비명을 질렀다.
파도가 꼭 배를 덮칠 것만 같았다.
무서웠다.
아침밥도 안 먹은 빈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들이 토하기 시작했다.

세계각지를 다니며 수많은 배들을 탔었어도 도대체 뭔지도 몰랐던 배멀미가 나한테도 찾아왔다.
건강을 자신하던 나 자신에게 치욕스러웠다.
구토용 비닐봉지를 가지러 가다가 그만 넘어져서 무릎팍이 까졌다.
1m 서서 걷기가 힘들었다.
배멀미를 하니 기획창의고 뭐고 체면 체통이고 젊잔 얌전이고 품위 격식이고 뭐고 다 필요 없었다.
그냥 편한 몸이 최고였다.
나 역시 파도 하나 견디지 못하고 웩웩거리던 나약한 인간이었다.
그렇게 세 시간 넘게 죽을 맛을 보다 육지에 도착하니 멍~했다.
아~! 살았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