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머릿속 전시회 : 서울-부산 도보 生覺記 104 - 뭐, 인면수심이라고?

박기철 승인 2023.09.21 16:34 | 최종 수정 2023.09.21 16:40 의견 0

뭐, 인면수심이라고?

금정산을 내려오니 요 두꺼비가 반갑게 나타났습니다. 누군가 말하기를 요즘 두꺼비 보기 힘들다더군요. 뭘 먹었는지 살이 통통한 게 아주 건강해 보입니다. 색깔도 찬란한 황금빛입니다. 요 금두꺼비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요? 동물들은 딱 두 가지에만 전념하지요. 바로 먹는 일과 짝짓는 일입니다. 이 두 가지 외에는 아무 욕심이 없습니다. 동물의 세계를 보면 동물들은 잔인해 보이더라도 먹고 살기 위해 먹이감을 죽이며, 내 씨를 뿌리기 위하여 수컷끼리는 격렬한 싸움을 합니다. 격렬해도 다만 힘을 겨룰 뿐 폭력적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욕심이 너무 많지요. 그 욕심은 나의 이익을 더 많이 가지려는 욕심입니다. 인간이 다른 생명을 죽이는 것은 동물처럼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더 많은 사욕을 채우기 위해 엄청나게 폭력적이고 비정한 방법으로 소, 돼지, 닭을 사육하며 죽입니다. 동물을 죽이지 않고 살리더라도 인간은 폭력적일 수 있습니다. 가령 낚시를 하여 잡은 물고기를 놓아주는 것이 굉장히 따뜻하게 보이지만 이는 위선이지요. 낚시바늘을 물어 물고기 입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고는 부디 잘 살라고 놓아주는 것이지요. 가만히 생각하면 이는 자신의 취미나 유희를 위하여 동물을 폭력적으로 희롱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먹고 살기 위해 먹이감을 죽이는 동물보다 비인간적인 행동이지요.

더 많은 이익을 생각지 않는 동물
더 많은 이익을 생각지 않는 동물

사실 인간만큼 탐욕스럽고 폭력적인 동물은 없습니다. 이성을 가진 인간(Homo sapiens)이라고 자부하지만, 폭력적인 인간(Homo rapiens)일 뿐… 식물이 인간의 언어 중 식물인간에 대해 참 얹짢게 여기듯이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도 인간의 언어 중 인면수심이라는 말에 대해 꽤 불쾌히 여길 것같지 않나요? 사람(人)의 얼굴(面)로 동물(獸)의 마음(心)을 가졌다는 것은 아주 인간답지 못한 사람에게 쓰는 말입니다. 그런데 동물의 마음이 뭐 어떻다고요? 짐승같은 인간이라니? 동물은 자신의 영리를 위해 다른 먹잇감을 죽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생존을 위해 죽여 먹을 뿐이죠. 인간은 이익을, 돈을 위해서라면 온갖 만행도 기꺼이 저지릅니다. 인면수심은 수면인심으로 바꿔야 맞지요. 만일 동물들이 사람을 닮아가서 동물(獸)의 얼굴(面)이지만 사람(人) 마음(心)처럼 탐욕스럽고 폭력적인 동물이 나온다면 말입니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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