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에 자란 꽃 / 박미서

눈 시린 푸르른 약속 앞
반듯한 붉은 그루터기 앉아
강줄기 훈훈한 바람 흐르네

해무리 긴 그림자
석탑의 봉황의 날개
동그랗게 돌려놓네

나란히 퍼지는 
암벽의 미소라하기엔
너무나 고귀한 두 손

행간의 속도같이
詩의 골짜기를 간직한 문장
알 수 없는 협주곡 흐르네

은방울 고리의 강물
저 꽃줄기들의 음률 사이에 
저리는 가슴뿐

어깨 위에 황조롱이
소라귀의 오르페우스 옥빛 
한올한올 풀어가네

창공을 유영하는 흰곰
힘 북돋우는 표지석에
최초의 봄 숲 길

소중히 펼치는 꽃들
맥동변광성의 상형문자
그렇게 봄인줄 안다네

대지에 맥동들
천지의 지고한 묶음
우주의 곧은 몸이어라

박미서
박미서

 

 

 

 

 

 

 

 

 

Art by Lyonel Feininger
by Lyonel Feinin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