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시천矢川 / 박정애

박정애 승인 2019.01.18 22:28 | 최종 수정 2019.01.18 23:01 의견 0

시천矢川 / 박정애

물이 화살 같다는 시천에서 나는

사마천의 백이전을 생각하고

백이와 숙제를 칭찬한 공자를 생각하고

누군가를 칭찬하는 사람이 더 빛나는

도 닦는 법과 덕 쌓는 법을 생각하다가

저 물살처럼 달릴 천리마를 생각하다가

지나친 도덕 지나친 청렴인즉슨

물고기 한 마리도 키우지 못한다는

섬뜩하고 끔찍한 매섭고 엄한

서슬 푸른 추상秋霜의 하늘 아래

천왕봉 삼신봉 제석봉 촛대봉 쳐다보다가

지게미 쌀겨도 배불리 먹지 못해 요절한

불쌍한 천재를 생각하다가

목숨을 주고서야 이름을 얻는

의사와 열사를 생각하다가

탐욕과 권세와 명예를 혼돈하다가

가시끼리는 상처를 내지 않는다는데

살이 베이지 않고도 지레 소스라치는

물의 행로에 한나절 귀품을 팔다가

텅텅 빈 내 두개골이 흰 달로 떠올랐다가

어느 해 어느 골짜기 멀쩡한 사람들

바리바리 실어다 학살 매장했다는

대성통곡 피울음 같은 물소리

아, 차라리 죄라도 짓고 싶은

저 물살에 찔려보지 않고서는 어찌

저 물 한 모금 하셨다하겠는가

박정애 

 

 

 

 

 

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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