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응수

백년의 잠

입안이 이상해서 거울을 보니
바닥에 머리카락이 여럿 묻어 있다
.
손가락으로 가만히 집어내니
머리카락은 목구멍 속까지 이어져 있다
.

한참을 당겨내도 머리카락은 속에서 계속 끌려나온다.
그제는 양손으로 막 당겨도 머리카락은 실타래처럼 풀어져 나온다.
나는 마침내 땀까지 뻘뻘 흘리며 머리카락을 끄집어낸다.
그래도 끝이 없다.
종국엔 내장까지 끌려나올지 모른다.

내가 완전히 지칠 때까지 머리카락은 목구멍에서 나올 것이다.
그리곤 실을 다 뿜어낸 누에고치가 번데기가 되 듯
나는 거대한 번데기로 머리카락을 이불삼아 겨울잠을 잘지 모른다
.

몇 년, 아니 백년 동안
잠을 잘 것 같다
.

<그림 = 정응수 작가>

정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