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시(劇詩) - 어느 미인의 저택
박상호
어릿광대 Ⅱ
시인은 행복을 찾아 미인의 집 문간을 들어선다
미美가 행복의 진면목이 될 것인가?
어느새 백설이 천지를 애애하게 바래고
은세계의 전설이 소복이 싸여지네
미란 행복의 부분집합인가?
행복이 미의 부분집합인가?
아니 수화水火처럼 무관한가?
美人
나는 염부제에서 미美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도 나의 용태를 추종치 못하고
양귀비도 나의 미를 모사模寫할 수 없고
장미도 나의 용태를 닮지 못하며
앵무도 나의 미를 흉내내지 못하리
그것은 균형과 조화의 정교한 조작
화성畵聖이 도현할 수 없는 회화
악성樂聖이 연주할 수 없는 선율
시성詩聖이 묘사할 수 없는 소재
시인
설신雪神의 애악愛樂이 전양全壤을 울리고
이 해도 어느덧 침몰해 가도다
행복의 여신이 예서 잘들어 있을까?
선녀보다 선연한 여인이
아담한 이 저택에서 안주安住한다지
그녀는 행복을 명료하게 알고
그것을 전혼全魂으로 만끽하리라
그는 곧 미인을 발견한다
정작 오천午天의 태양처럼 눈부시네
해사하고 진순眞純한 자태는
백설을 머금은 한 떨기기 매화여라
유연한 몸매를 살포시 가누는 모습은
영묘靈妙한 학이 나래를 펼치는 듯하도다
美人
초대 안 한 남루한 방문자
그대는 어드메서 무슨 일로 오셨느뇨?
시인
그대의 낭랑한 음성은
쟁반에 옥구슬을 굴리듯 하네
나는 행복의 물줄기를 따라가는
고독하고 잔약한 한 마리의 피라미라네
행복의 광맥을 발견하고자
생명을 투자한 우둔한 탐광자라네
행복의 감미로운 수액을 얻고자
세태世態를 여과시키는 미련한 과학자라네
美人
그 정의를 내 나름으로 세웠건만
환경의 산과 알카리에 의해서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바뀌었고
환경의 밀물과 썰물에 의해서
모래톱처럼 쌓여지고 쓰러졌네
그 정의는 처해 있는 환경에 따라서
삼각형도 되고 사각형도 되었다네
그 정의는 세간世間의 조명되는 빛에 따라서
다홍빛도 되었고 회청빛도 되었다네
아름다움은 여반장으로 정복할 수 있었으나
행복의 의미를 정복할 수 없었네
시인(혼잣말로)
버들 잎사귀 같은 아미蛾眉
백랍같이 하이얀 볼
윤기가 흐르는 검은 머리
가늘게 떨리는 핑크빛 입시울
정작 선녀보다 여연麗娟하고
천사보다 아리잠직하네
그녀에게
그대가 미분한 행복의 의미를
히스토그램에 빈도의 순서로 표시하여
그 최빈값을 문자로 나타낸다면
명미明媚가 어찌 아니리오
명미는 행복의 세포인가
행복이 명미의 세포인가
美人
나의 미는 키르케의 마력이 그리메처럼 추종하고
원시의 정열이 메아리처럼 반사되고
아라비아의 신비가 충일한다네
나는 여태껏 무상無上의 아름다움으로
오해에 가까운 허망을 자부했다네
하지만 크막한 수정을 핅요로 하게 되었다네
그것은 만월이 이지러지는 것과 같고
만개滿開된 홍화紅花가 스러지는 것과 같다네
세월은 아름다움을 탈취해 가는 악마
하지만 그 행진을 거역할 수 없는
여리고 잔약한 피조물인 것을 ...
노파의 주름살이 이마에 조각된다면
목하의 아름다움은 촌각寸刻의 신기루이리
울창한 삼림이 남벌되면
붉은 황폐가 그리메처럼 추종하리
오랜 세월이 유수같이 흐른 후
그 항폐한 산만 단지 조망하고서
옛날의 울창한 삼림을 유추할 수 없듯이
젊은의 대지에 피어난 아름다움이
세월의 도벌꾼에 남벌된다면
그 뉘가 옛적의 미를 유추하리까?
또 유추한들 무슨 이득이 있으리까?
시인
정작 그렇다네
삼라만상이 번영가 조락 위에서
서투른 곡예를 만들고 있다네
마치 물에 비친 달처럼
물결에 따라 흔들리고 마는
명미의 찰나적이고 수동적인 숙명
하지만 에메랄드의 청순한 빛깔은
장구하고 지속적인 미가 아니리까?
美人
보석의 아름다운음 장구한 시간을 조명할지라도
주체적이고 생명적일 수는 없으리라
그것은 허영과 사치위에 건설된
모래 위의 황금누각
근원이 얕은 물줄기가 길 수 없듯이
근원이 얕은 아름다움이 구원할 수 없다네
시인
햇살의 따스한 축복에
신록의 꿈이 소래 없이 비등하고
소생의 묘妙가 미만彌滿한
대자연의 불사의한 조화여
종자는 화과華果를 생성시키고
화과는 다시금 종자를 만드는
대자연의 불사의한 순환의 조화여
황금보다 귀중한 대기와
명예보다 소중한 수분이
우리의 생명에 에너지를 충전시키는
풍성한 대자연의 불시의한 조화여
쬐그마한 두뇌의 작동이
우주대의 사염思念을 추출할 수 있고
식균작용을 하는 희피톨의 역할과
탁한 피를 청정케 하는 순환계의 신묘함
탈골된 뼈를 유연하게 접속 시키는
물렁뼈의 섬세한 재생再生작용
인체의 불사의한 조화여
밤하늘을 보석처럼 단장하는
항하사보다 숱한 기라성이
구원久遠이래 사소한 충돌일지라도 모르는
전자계산기보다 정밀한 리듬
우주의 불사의한 조화여
그 조화의 청순한 이법理法이
영원하고 능동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리까
美人
그것은 여인의 미태美態보다
수천 배의 진미眞美 어찌 아니리?
열녀의 대쪽같이 곧은 절개의 미보다
수만 배의 진미 어찌 아니리?
그것에 필적하는 아름다움이 있다면
윤희라는 무형의 섭리리라
진홍의 장미가 개화와 조락을 윤회하고
아폴론의 황금마차와 셀레에네의 돛단배가
하루의 광명과 어둠을 윤회하고
달무리의 엷은 미소에 휘싸여 있는 달이
차고 이지러짐을 윤회하고
요원의 불길 같은 진달래의 봄과
강하의 파랑이 넘실대는 여름과
조락의 시름이 충일한 단풍의 가을과
성에가 영창에 살포시 서리는 겨울이
영겁永劫에 걸쳐 간단없는 윤회
낙엽은 흙의 요소로 분해하고
수염뿌리는 흙의 영양을 섭취하고
흙은 인류의 어머니
육신은 흑의 요소로 탄생되고
다시금 필연적으로 흙으로 환원되는
시始와 말末이 안개처럼 불투명한 윤회
거륜車輪처럼 맴도는 윤회
그 규칙적이고 영속적인 윤회의 미가
미의 확고한 개념을 새기는
미의 찬란한 화신이 아니리까?
시인
고고한 윤회의 목가적 아름다움은
보석보다 몇 억배 찬섬하고
은사의 지고至高한 절개의 미보다
몇 천 배 아리따워라
그 미려美麗함은 성벽처럼 견고하고
그 미려함은 우주대의 부피여라
美人
나는 미의 무수한 산봉우리 중에서
의총蟻塚한 봉우리를 점거하고
어찌 미의 제왕이라 자부하리까?
마치 반딧불이 태양을 희롱하고
개여울이 하해河海를 조소하고
소인小人이 성인聖人을
하시下視함과 같으리라
광활한 행복의 해원海原에
빙산처럼 떠 있는 미의 고도孤島
미의 고도도 점령치 못하면서
어찌 행복의 해원을 꿈꾸리오
미는 행복의 봄을 단장하는 의복
결코 행복 그 자체는 아니어라
미는 행복의 기간되는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수염뿌리 중의 하나
미는 행복의 세포요
나는 미의 부분집합이어라
시인
행복의 정갈한 액체를 얻기 위하여
무수한 세태世態를 여과시켜야 하리
행복의 여의주를 얻기 위하여
무수한 층계를 밟아야 하리
미의 진정한 의미가 행복의 세포인 것을
그 두 번째 층계의 가장자리에
진주의 무구無垢한 빛으로 새겨지도다
◇박상호 시인은
▶열린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제22회 시의 날 우수상
▶한국바다문학상 본상
▶부산문인협회 부산문학상 특별상
▶시집 : 『동백섬 인어공주』 『내 영혼을 흔드는 그대여』 『피안의 도정』
▶부산시인협회 부이사장
▶열린시학 수석 부회장
▶부산문인협회 부회장
▶국제PEN클럽 한국본부이사
▶(사)한국산업경제학회 산업경제대상
▶'아미산 전망대' 부산다운 건축 대상
▶자랑스런 한국인대상 사회발전공헌 부문 건설대상
▶현 (주)신태양건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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