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박상호 극시(劇詩) - 학자(물리학자)와 시인

박상호 승인 2021.02.12 15:44 | 최종 수정 2021.03.04 10:56 의견 0

박상호 극시(劇詩) - 학자(물리학자)와 시인

어릿광대 Ⅰ

목자牧者를 추종하는 양처럼
시인은 행복의 서광을 따라서
형극의 길을 사양치 않도다
석고처럼 굳은 집념의 환각제는
무량한 고행을 가능케 하고
도전과 투지의 일념一念은 용기로 승화되어
그의 발부리를 홍모鴻毛처럼 가볍게 한다
유수처럼 흘러간 그의 발길이
가능과 예견의 강변에 이르렀네
과학계의 태양이라고 자처하는
어는 물리학자의 저택에 이르렀네
애오라지 생애를 물리학에 투사했고
물리학이 인생의 감미로운 서곡이었고
장밋빛 희열이 샘솟는 에필로그였다
그것이 그의 기간되는 식량이었고
그것이 그의 자애로운 어버이였고

그것이 그의 아리따운 연인이었다
뜨락에 물리학자가 의자에 앉아있다

물리학자
물체들 간에는 인력이 작용하고
힘이란 질량과 가속도릐 곱이라네
동심을 살찌우는 무지개도
빛의 소박한 분산작용에 불과하고
발목을 잡힌 새처럼 나풀거리며
연직으로 추락하는 이파리도
낙하법칙을 정확히 엄수한다네
만상은 분자의 사념 없는 응결로
달걀이 병아리로 변모되듯
우주의 어던 필연적인 법칙에 조종되어 생성되었고
인과의 법칙을 거역치 않네
영겁 동안 이성의 싹을 우롱했던

첩첩으로 싸인 신비의 베일은
물리학자의 유도탄처럼 날카로운 추적에
양파의 껍질처럼 순서대로 벗겨지고
서식할 어둠을 갈구하건만
과학의 혜광慧光이 적나라하게 조명하네
물리는 신보다 우월한 지위에서
불변의 규범과 강인한 통제로써
제 현상을 시녀처럼 예속시킨다네

시인
여태껏 기대의 촛불을 태우면서 
두 곳의 밤을 심방하였으나
행복의 진면목을 살기 찾지 못했네
최다 모래 위에 세워진 황금누각이고
불행의 지당에 떠있는 행복의 부평초라
영구永久보다 수유의 만끽이었고
보편보다는 아집적인 만끽이었네
숙명의 도검에 오이처럼 베어지고

숙명의 폭풍에 미친처럼 흩어지는
아낙보다 연약한 행복의 환영
포말보다 스러지기 쉬운 행복의 무지개
예서 나의 외줄기 기구가
성엘모의 불빛인양 명휘明輝를 발하면
그 옛날 지고至高한 법문을 듣기 위해서
꽃망울 같은 목숨을 기꺼이 바친
설산동자雪山童子고사의 후예가 되어도 좋으리

학자
남루한 의상을 한 그대는 
사국死國의 왕 하데스의 충성스런 신하이뇨?
염라대왕의 명을 받고 온 지옥의 사자이뇨?

시인
나는 행복의 전단나무를 찾아서
방랑의 성엣장을 타고 떠도는
이역에서 찾아온 무관無冠의 보헤미안

타고르(왼쪽)와 아인슈타인
타고르(왼쪽)와 아인슈타인

학자
나는 행복의 넥타르를 마시고 있는
실험실의 신선으로 자부하고 싶소
지혜의 무애광無碍光으로 사위를 조명하면
무형의 법리法理가유형의 법칙으로 둔갑하네
마치 전파는 청계聽界에 잡히지 않지만
라디오란 기묘한 물체가 그것을 포획하듯이
범인凡人의 눈에는 새가 나는 길이
산소의 색깔처럼 뵈지 않지만
달인達人의 눈에는 선명하게 비치는 것처럼
나의 혜광慧光은 심해의 바닥까지
대안을 바라보듯 명료하게 투시할 수 있고
우주의 이면 어느 모롱이에
광속보다 빨리 이를 수 있네
과학의 원시림을 선구자처럼 헤쳐가면
부산물처럼 생성되는 뿌듯한 환희
정작 그것은 황금으로도 교환할 수 없고
첫사랑의 희열로도 비견할 수 없네

시인
그 환희가 충실한 종복처럼
그대를 영원히 상전으로 여긴다면
그 환희가 강상의 순풍처럼
그대의 돛단배를 영원히 부조한다면
행복으로 치장된 사람이라 하겠네

학자
나는 그 희열을 마차로 해서
진리의언덕으로 질주하고 있네
나는 그 희열을 등대로 해서
진리의 고도孤島로 접근하고 있네
그 탐색의 열망의 태양 앞에는
처자도 사회도 양심도
달과 별처럼 일광日光에 가리네

시인
그열망이 코로나처럼 타오르면
타인의 행복을 연소시킬 우려가 있네
지혜가 폭약의 진보를 부조한다면
발명의 진가는 잔인한 도검의 이명이라네

학자
진眞의 탐구에 영일이 없는 우리가
타인의 불행과 미래의 영향을
어지러운 두뇌에 삽입할 수 없네
역사의 심판과 후대의 평가에
정교하게 쌓은 이학理學의 탑을 보시布施하고
대자연의 선물인 주옥株玉의 시공時空에서
생명과 육체를 연소시키며
오로지 환희의 물줄기를 찾는다네

시인
그대가 추구한 행복의 그릇에는
이기와 교만의 음식이 담겨있네
균열과 파괴의 근저에는
이기심과 파충류처럼 꿈틀대었고
자멸과 불행의 근저에는
교만이 봄을 만난 것처럼 맹동했다네
이기는 행복을 부식하는 염산이고
교만은 행복을 폭발시키는 화약이리

학자
설사 이기의 유혹에 번롱당해도
그 집념의 진주는 마멸되지 않고
그 갈망의 불꽃은 꺼지지 않네
그것은 물리가 내 혼백에 용해되었고
내 혼백이 물리에 용해된 소치라
철학 종교 이성도 그 열망의 시녀며
애성愛性 지혜 생명도 그 열망의 노예라

시인
그릇된 주체성의 응결이
행복의 의미를 예서도 발취할 수 없네

학자
하지만 장미로 장식된 내 나름의 궁전은
어떠한 이변 아래서도 허물어 본 적이 없네
태양이 서편에서 용출하더라도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역행하더라도
내 의지를 퇴영시킬 수 없네
당신의 어휘는 역반응 촉매제라네

시인
아집의 견고한 틀에서
행복의 서광이 깃들기 어렵다네
그곳은 어둠의 딸들과 불행의 하인들이
안주하기에 극락 같은 장소라네

학자
그것은 그대가 쓴 붉은 색안경이
푸른 신록을 붉게 조명한 소치라네

그대의 질타가 폭풍으로 변모되어도
대지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내 굳건한 주관의 거목巨木은
태산인 양 초연하고 聖人처럼 준동 않네

시인
예서도 불행의 잡초는 모도록하지만
갈구하는 행복의 精華는 없네
편견과 교만이 불행의 충실한 요소란 것이
그 세 번째 층계의 가장자리에
선명한 주황빛으로 새겨지도다

 

박상호 회장
박상호 회장

◇박상호 시인은
▶열린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제22회 시의 날 우수상
▶한국바다문학상 본상
▶부산문인협회 부산문학상 특별상
▶시집 : 『동백섬 인어공주』 『내 영혼을 흔드는 그대여』 『피안의 도정』
▶부산시인협회 부이사장
▶열린시학 수석 부회장
▶부산문인협회 부회장
▶국제PEN클럽 한국본부이사
▶(사)한국산업경제학회 산업경제대상
▶'아미산 전망대' 부산다운 건축 대상
▶자랑스런 한국인대상 사회발전공헌 부문 건설대상
▶현 (주)신태양건설 회장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