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박상호 극시(劇詩) - 어느 장자의 저택

박상호 승인 2021.04.02 11:07 | 최종 수정 2021.06.12 14:53 의견 0

박상호 극시(劇詩) - 어느 장자의 저택

시인
인간의 외모와 내면이 다르듯이
물질적인 행복의 비옥한 토양위에
고뇌의 씨알이 애운하게 자라도다
부富와 행복의 좌표상에서 점을 이으면
오히려 반비례의 유연한 곡선을 긋네
이 세계는 단지 고뇌를 식량으로 하면서
무상無常과 윤회의 톱니바퀴에 맞물려
비탄과 회오를 작동시키는 것 같네
겨울과 봄이 양립兩立하듯이
고뇌가 없으면 환희도 없을 것 같네
일생은 환희와 근심 사이를
원을 맴돌 듯 간단없이 진동한다네

장자
일생은 오직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 주사위
수정과 환원이 영구히 거세되었다네
오로지 집착과 편견의 무대에서
주옥珠玉의 존귀한 출연을 낭비하였네
개나리가 연연히 만발한 듯한
황금으로 가득 찬 창고도
꿈의 궁전처럼 호화로운 저택도
명멸明滅과 더불어 나를 배반하리
꿈의 망상妄想에 어리석게 취하여
본연의 적나라한 삶을 영위치 못하고
황금의 노예요 시녀였네

시인
인생이 일수一睡의 꿈이요
풀잎 위의 이슬인 것을
명문명리의 열풍은 쉴 새가 없고
파멸의 유혹은 끊임이 없네

장자
정신적 열락의 새를 쫓는 허수아비인양
물질적 황금의 곡식에 집착하였네
돌무덤만한 행복의 산정山頂을 정복하려다
천길 불행의 낭떠러지로 추락하였네
풍요 속의 고독은 대조가 더욱 소연하고
공허한 울림은 폐부에 스며드네
정작 조잔하는 황화紅華가 무상無常한 것이
아니라 시드는 인생이 너무 무상하도다.

장자의 유언 [ 유튜브 강감독 - 장자]

시인
생사生死가 어찌 우리의 인식처럼
명료한 경계와 구분을 만들 리
낮과 밤이 본시 두 개가 아니지만
자전의 순리적이고 불사의한 요술이
우리의 눈을 기만하는 것이라네
생生과 사死가 본래 둘이 아니지만
섭리의 영묘하고 불사의한 요술이
우리의 인식을 기만하는 것이라네

장자
하지만 나는 회색빛 죽음의 도래를
지옥의 불기둥보다 공구恐懼한다네
본질을 뚫어보는 서슬 같은 안목眼目이
예지의 그 지순至純한 빛을 상실한 것은
현상의 불감에 짙게 염색된 소치라네
임종이 비록 환영幻影에 불과할지라도
그 환상의 독주毒酒에 취한 나의 혼백은
그 신기루를 신기루라고 말할 수 없네

시인
현상이 본질보다 우월할 수 없음은
촛불이 일월보다 우월할 수 없음과 같네

장자
나도 그대의 절묘한 교언巧言이
논리에 완벽히 부합된다고 찬탄한다네
하지만 내 염색된 생명을 청정케 할
표백제가 없음이 유감이라네
내 사견邪見을 영원히 바랠 수 없는 까닭에
현상에 취한 주기酒氣를 영원히 깰 수 없네
애오라지 가식의 동굴에 혈거하면서
어두운 행복을 먹고 산다네
내 행복이 그 진여眞如의 像이 아님은
토끼는 새가 아닌 것과 같네
부귀에 대한 강렬한 욕망은
잘 영글은 포도송이처럼 알알이 맺혀
마침내 번뇌의 가람을 이루도다

시인
행복의 여의주를 끄집어내고자
무수한 층계를 밟아야 하리
세인世人의 눈길을 번롱하는 현상의 행복이
행복의 진여眞如가 아니라는 것이
그 첫 번째 층계의 가장자리에
정갈한 사파이어의 빛으로 조각되도다

장자
감격가 희열의 해후를
불타에게 두 손 모두어 기원하며
이별도 만남과 같이 섭리로 인식하네

시인
고뇌의 불기둥이 치솟는 용광로가
청아한 행복을 제력하길 빌며 ...

박상호 회장
박상호 회장

◇박상호 시인은
▶열린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제22회 시의 날 우수상
▶한국바다문학상 본상
▶부산문인협회 부산문학상 특별상
▶시집 : 『동백섬 인어공주』 『내 영혼을 흔드는 그대여』 『피안의 도정』
▶부산시인협회 부이사장
▶열린시학 수석 부회장
▶부산문인협회 부회장
▶국제PEN클럽 한국본부이사
▶(사)한국산업경제학회 산업경제대상
▶'아미산 전망대' 부산다운 건축 대상
▶자랑스런 한국인대상 사회발전공헌 부문 건설대상
▶현 (주)신태양건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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