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시(劇詩) - 철인과 시인
박상호
어릿광대Ⅱ
왜곡된 주체성은 시위로 변모되고
샘솟는 교만은 창으로 둔갑하여
행복의 의미를 갈구하는 시인에게
장인한 번뇌의 상처를 입히도다
맹동의 선율이 지축을 울리고
라일락 향훈에서 번지는 봄의 미소
반달곰은 기인 동면에서 깨어나고
살바람은 새악시 볼을 살포시 스치네
성엣장처럼 떠도는 그의 발길은
인생을 앓고 있는 철학자의 집으로
옅은 반향을 동반하며 옮겨지다.
그는 행복의 여신을 예서 만날는지
자못 귀추가 안광眼光을 탈취하네
(어린광대 퇴장 철인哲人 등장)
철인
명멸命滅은 인생의 필연의 귀착점인가
대지는 어이해 초목을 성장시키며
태양은 어이해 광명을 뿌리는가?
풀 수 없는 의혹은 꼬리를 물고
신비한 난제難題는 하해河海와 같네
나는 사색의 감로甘露를 향수하며
삶의 긍정적 의미를 검토해 보네
우주의 불사의한 묘리妙理를
감사와 기원의 심정으로 받들며
세사世事의 유위변전有爲變轉함에 초연해지고
아귀적 집착을 단절시키네
내 영혼은 방관자적 여유로 충일하고
내 생명은 호반 같은 안식으로 미만하네
시인
신춘新春의 선율이 전양全壤을 두드리고
백설 같은 꽃잎이 현란히 춤추도다
양염陽炎이 표백된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일훈日暈은 염화시중의 신비한 미소를 머금었네
예서 내 희원希願의 씨알이 발아되어
그 영글은 열매를 생성시키면
시방十方명멸의 순간이 도래하더라도
폭발하는 환희의 분화구를
터진 못 둑의 물처럼 가눌 길 없네
철인
사색의 사슬을 차로하는 이방인이여
그대의 심방은 봄의 상서로운 조짐인가
시인
행복의 보물 산에 이르기 위해
한 손에 인내의 방패를 들고
다른 손에 확신의 창검을 들고
좌절의 도적을 물리치는 유랑인
철인
그 보물은 수평선 저 너머에
신비의 미소처럼 은둔해 있지 않고
그것은 아아한 멧부리의
후미진 모롱이에도 있지 않네
여섯 자를 넘지 못하는 인간의 두뇌에서
호반처럼 고요히 휴식하고 있는
사색의 사차원적 보고에
항하사보다 숱한 보물이 비장되었네
그 보물을 생명으로 연마하는 자가
행복을 만끽하는 현인이 아니리까?
시인
진리가 허공의 먼 곳에 있지 않듯이
행복도 극락같이 먼 곳에 있지 않다는 말이리라
눈썹이 비록 가까우나 볼 수 없듯이
행복이 비록 근접해도 알 수 없듯이
그대가 죽편竹片처럼 주장하는 행복은
물방울의 윤회처럼 영원하느뇨?
아니면 칠흑의 어둠을 단장하는
불꽃의 섬광처름 수유이뇨?
철인
사색이 길어내는 감미로운 샘물은
메마른 생명의 황폐한 대지를
게식憩息없이 무궁토록 윤택케 하리
사색이 점화시킨 법열의 불꽃은
억겁의 회청빛 번뇌의 더미를
게식 없이 무궁토록 연소시키리
시인
풍선한 대자연의 안식과 고요를
사색이라는 기묘한 방편을 사용하여
심전心田의 언저리에 이식하리라
생명은 무위無爲의 고요로 안정해지고
번뇌의 여울은 원형으로 환원되고
연각椽覺의 희열로 충일하리라.
철인
그 보랏빛 사색의 심연에서
삶의 진솔한 의미와 가치를 반추하네
숙명과 복운의 상호 연관에 의해서
햇살처럼 파생된 천태만상을
연역적인 관심에서 분석해 보고
불행의 가람을 은어처럼 거슬러 올라
그 시발의 원천을 탐색하도다
시인
인류의 면모가 동일 위헤 차별을 조각하듯이
개개의 숙명이 어이해 다를까?
복운이라는 무형의 명료한 실재가
생명의 보고에 어떻게 비장되리까?
철인
무량의無量義는 일법一法으로부터 생성되듯이
사바의 천차만별로 파생딘 바다는
인과의 질박한 원源에서 비롯되네
어휘는 태산 같은 서저을 만들지라도
단순한 스물넉 자의 자모음에서 비롯되네
악곡이 대양大洋처럼 창작될지라도
그 근본은 칠음七音의 범주에 내표되었네
시인
인과란 차별의 거목에 뿌리이며
차별의 계란에 노른자위란 뜻이뇨?
철인
꽃이 피면 열매를 맺듯이
등불에 기름을 주며 빛을 발하듯이
바람이 불면 먼지가 날리듯이
삼라만상은 인과의 명령을 거역 않도다
시샘과 멸시의 인因을 심으면
유리알에 반사된 햇살처럼
시샘과 멸시의 과果를 당하도다
불성佛性같이 존극한 것을 조소하면
백합이 잡초가 아니고 백합인 것처럼
자신의 입시울이 도리어 독기에 부식되도다
필연적으로 비천의 나락으로 함몰하고
미움의 독을 타인에게 내뿜으면
대지를 균열시킬 듯한
황제의 칼날같이 무섭고 해원같이 크막한
권력도
여린듯하지만 황옥보다 단단한
무형의 인과율을 예속시킬 수 없고
누리의 크막한 어둠을 살라먹는
태양의 빗줄기 같은 햇살도
잔약한듯하지만 금강석보다 단단한
무형의 인과율을 예속시킬 수 없네
시인
지구가 태양을 규칙적으로 전화轉回하듯이
만유萬有는 인과를 규칙적으로 전회하리라
그러데 인과의 부챗살 같은 광선은
중생의 생명을 어떻게 투시하겠느뇨?
철인
인과는 창아한 영혼처럼
시공時空의 벽을 자재로 의깬다네
사념의 선악善惡이 인과의 나래를 타고
행위의 선악이 인과의 나래를 타고
언사의 선악이 인관의 나래를 타고
신비한 복운福運의 기로로 향하도다
수유라 할지라도 이 변전은 정지하지 않네
지옥의 불길이 휴식을 모르듯이
이 법리도 게식을 모른다네
악惡의 일진 일진 一塵 一塵이 누적되면
복운의 빛깔은 바래지고
선善의 일진 일진 一塵 一塵이 누적되면
복운의 빛깔은 선명해지도다
불행의 나라에서 신음하는 것은
하늘의 실착도 대지의 허물도 아니며
오로지 자신이 뿌린 씨알을 거둔 것이라
시인
지혜의 차이도 수명의 차이도
숙인宿因의 꽃으로 맺어진 열매리라
성품의 차이도 빈부의 차이도
숙인宿因의 기름으로 빛이 더해지는 등불이리
그대는 행복의 공식을 창출하니
행복을 혼백으로 만끽했으리라
철인
이론은 불을 보듯 명료하지만
실천은 불 위를 걷는 듯 지난했네라.
양심과 악심이 이율배반적으로 공존하듯이
이론과 실천은 공존의 평행선을 긋지 못하고
강 하구처럼 폭이 점차 확대되는
변칙적인 두 선분을 그었네
나의 혼백은 멀어져 가는 두 선분이
생성시키는 광활한 영역에서
오딧세이아의 기인 방황처럼
초원을 따라 유랑하는 유목민처럼
물을 찾아 배회하는 세미 인디언처럼
다이달로스의 미궁迷宮인 양 방양彷徉하였네
이론을 설하기 쉬운 것만큼
실천을 완벽하게 기하기 어려웠네라
나는 아렴풋하게 행복의 윤곽을 소묘하지만
그것의 따스한 품 안에 안겨 보지 못하네
시인
그 윤곽을 소묘할 수 있어도
화사한 색칠로 다듬을 수 없다는
당신의 솔직한 비애를
우인의 입장으로 애운하게 여기네
행복의 처방이 비록 명료할지라도
그 희귀한 약초를 구할 수 없다는
당신의 빙옥같이 해맑은 비애를
우인의 입장으로 애운하게 여기네
철인
호랑이를 소묘하되 뼈를 그릴 수 없듯이
행복을 묘사하되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네
우리의 쬐그마한 눈망울이
광막한 우주를 죄다 조람할 수 없듯이
행복의 해원을 완벽히 조망할 수 없네
만약 그것이 가능할지라도
그것을 새명에 올기기 지난하네라
시인
행복의 이론이 행복 그 자체일 수 없음이
그 네 번째 층계의 가장자리에
은은한 다갈빛으로 새겨지도다
◇박상호 시인은
▶열린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제22회 시의 날 우수상
▶한국바다문학상 본상
▶부산문인협회 부산문학상 특별상
▶시집 : 『동백섬 인어공주』 『내 영혼을 흔드는 그대여』 『피안의 도정』
▶부산시인협회 부이사장
▶열린시학 수석 부회장
▶부산문인협회 부회장
▶국제PEN클럽 한국본부이사
▶(사)한국산업경제학회 산업경제대상
▶'아미산 전망대' 부산다운 건축 대상
▶자랑스런 한국인대상 사회발전공헌 부문 건설대상
▶현 (주)신태양건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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