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晩秋의  비가悲歌 / 박상호

Ⅰ
가이아^*의 화사한 합창은
허공에 흩어지고
단청의 여운을 주워대는
야산의 장밋빛 꿈은 타들어
凋落의 시름을 짓누른다.
지고의 인내가 응어리진
그 풍요의 둔덕 위에는
데메테르*의 비애가 가쁘게 나부끼고
아쉬움에 흔드는 손짓이 있다

Ⅱ
한줌의 쬐그마한 꿈을 불살라 버린
시든 꽃잎의 탄성에는
영원을 향해 쏟은
니오베*의 눈물이 있다
초록의 꿈이 바래진
월계수 그 너머로
다프네*의 꿈이 한 가닥 맺히고 있다
사르비아의 고요한 기도 위에는
잃어버린 전설이 아느작거리며
어느새 서리고 있다
잿빛을 향한 발돋움은
무언의 항변을 휘젓고
아테네가 짜낸
가을의 자락에는
이름 모를 회한이 
깃들고 있다

오로지 시시포스*의 아픔은
내 생명의 뜨락을 거닐고
내 혼백의 강을 가른다

Ⅲ
그것은 정작
설익은 행진을 깨뜨리기 위한 
未聞의 시도인가?
그것은 정작
백설을 동경한 여느 소녀의
스러질 수 없는 외줄기 꿈인가?
아니 균열을 주워 모으는
석류의 애틋하고 처연한 집념이리라

*가이아 : 땅의 여신. 만물의 어머니로서의 땅을 인격화함
*데메테르 : 곡물 또는 대지의 여신. 인류에게 최대의 은혜를 베푼다고 하여 올림포스의 신들 중 특히 숭배됨.
*니오베 :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여성(테베의 왕 암피온의 아내). 인간의 교만에 대한 신의 벌로써 돌이 된 여인.
*다프네 : 신화에 나오는 아름다운 님프.
*시시포스 : 신화에 나오는 코린토스의 왕.

-제1시집 『동백섬 인어공주』 중-

◇박상호 시인은

▶열린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제22회 시의 날 우수상
▶한국바다문학상 본상
▶부산문인협회 부산문학상 특별상
▶시집 : 『동백섬 인어공주』 『내 영혼을 흔드는 그대여』 『피안의 도정』
▶부산시인협회 부이사장
▶열린시학 수석 부회장
▶부산문인협회 부회장
▶국제PEN클럽 한국본부이사
▶(사)한국산업경제학회 산업경제대상
▶'아미산 전망대' 부산다운 건축 대상
▶자랑스런 한국인대상 사회발전공헌 부문 건설대상
▶현 (주)신태양건설 회장

인저리타임 박상호 parksh@daum.net 박상호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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