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현의 세상 읽기] 한낮의 에너지 담화

국제신문 [세상읽기] 21.07.27

조송현 기자 승인 2021.09.30 17:10 | 최종 수정 2021.09.30 17:18 의견 0

엊그제 친구 자녀 혼사 건으로 모처럼 고향 친구 셋이 모였다. 자녀들 결혼과 건강 문제, 코로나19 백신이 화제가 되었다. 그러다 냉방 문제와 전력요금 걱정에서 ‘탈원전’ 용어까지 나왔다. 친구 A가 진지하게 물었다. “너는 물리학과를 나왔으니, 과학적으로 원전의 문제가 뭔지 간단히 설명 좀 해봐라.”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우선 그 용어부터 잘못됐다. 원자력발전이 아니라 ‘핵분열발전’이라고 하는 게 물리학적으로 맞다.”

“핵분열발전이라고? 그게 뭔 말인데?” A가 설명을 재촉했다. “원자 안의 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뭉쳐져 있어. 예를 들어 핵연료인 우라늄(235)은 양성자 92개와 중성자 143개가 핵력이라는 투명주머니 안에서 불안한 동거를 하고 있지. 핵분열이란 이런 핵을 쪼갠다는 뜻이고 이때 엄청난 에너지가 나오는데, ‘핵분열발전’은 그때 생긴 에너지로 발전을 하기에 내가 붙여본 말이다. 공식 영어 용어는 nuclear power plant(핵발전)이지만.”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라는 말이지?” 가만히 듣고 있는 친구 B가 따지듯 물었다. “핵분열은 아무 물질이나 되는 게 아니라 우라늄(235)처럼 아주 불안정한 물질, 이른바 방사능물질만 가능해. 방사능물질은 아주 강한 빛(방사선)을 내는데, 이게 살인광선이라는 거지. 심지어 사용한 뒤 수만 년이 지나도 방사능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게 심각한 문제지.”

“그 정도는 지금 과학기술로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원전은 싸고 공해도 없다고 알고 있는데. 미국 같은 선진국에도 원전이 많잖아.” B가 불만 섞인 말투로 말했다. “처리라는 게 그냥 땅 속에 쌓아두는 거지. 방사능을 완전히 없애는 기술은 아직 없어. 사용후핵연료는 자꾸 늘어만 가는데, 결국 미래세대에게 방사능물질더미를 떠맡기는 셈이지. 원전 생산비용이 싸다는 건 이런 사용후핵연료 처리비용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은 수치야. 더구나 옛 소련의 체르노빌,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같은 회복 불가능한 피해는 아예 염두에도 두지 않으면서 싸다고 홍보하는 건 몰염치한 짓이라고 봐.”

“원전이 문제가 있다고 치자, 대안이 있나?” B의 다그치는 듯한 질문에 필자는 “지구상 모든 생물의 에너지원인 태양광이 있잖아!”라고 말했다. 그러자 B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건 아니라고 본다. 원전 1기에 맞먹는 전력을 생산하려면 전 국토를 태양광 패널로 뒤덮어야 할 정도라던데”라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이때 약간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던 A가 “태양광발전이 대안이라고 하는 근거를 한 번 들어보자”고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필자는 국제신문과 한국에너지전환사업단이 개최하는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ENTECH2020)의 내용을 떠올렸다. “전국 국·공유 건축물 20만2000동(전체의 2.8%)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경우 4.03G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해. 원전 1기의 평균 용량이 1GW 정도이니 원전 4기를 대체할 수 있는 거지. 요즘 공익형태양광 선도모델인 초록지붕운동이 확산하면서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학교나 공공기관에 태양광패널 설치가 늘고 있어. 예를 들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부산경남연수원 옥상과 지붕에 518kW짜리 태양광패널이 설치됐어. 전국으로 이런 건물은 수천 동이 있는데, 원전 10기는 거뜬히 대체할 수 있을 정도지. 베트남은 지난해 1년 만에 건축물 지붕에 9.5GW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했다고 해. 도심건축물 지붕과 벽면, 고속도로 방음벽과 방음터널, 전국 철로 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산과 농지를 훼손하지 않아도 장기적으로 원전 23기는 물론 전력발전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석탄과 가스발전도 대체할 수 있다고 봐. 충북 보은의 속리산IC 주변 태양광 패널이 좋은 예지.”

조송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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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그럴 듯한데…” B가 말끝을 흐리는 틈을 타 설명을 이었다. “이젠 전력이 필요한 곳에서 전력을 생산한다는 원칙을 세워 실천해야 해. 전력은 수도권에서 많이 쓰는데 원전은 수백km 떨어진 부산 울진 영광 등지에 세워져 있잖아. 원전이 정말 안전하다면 수도권에 못 지을 이유가 전혀 없지 않겠어? ”그래도 미심쩍어 하는 친구들에게 “오는 9월에 벡스코에서 열리는 2021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에 함께 가보자”는 말로 우리들의 ‘에너지 담화’를 마무리했다.

<웹진 인저리타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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