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화 속의 정치문화 읽기 ... 지배층의 담론에 휘둘리지 말기를
김근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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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3 18:59 | 최종 수정 2020.07.0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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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코로나 19로 국제시장 꽃분이네도 문을 닫았다.”는 기사를 봤다. 꽃분이네는 영화 국제시장에 등장한 가게로 한때 유명세를 치르기도 한 곳이다. 2014년 개봉하여 1,425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국제시장은 주인공 덕수를 통해 그 시대의 사회상을 보여준다. 1950년대 6·25 전쟁으로 북한을 탈출하여 남쪽으로 내려온 덕수 가족의 이야기다. 아버지와 헤어지고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덕수는 광부로 독일에 파견되고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억척스럽게 살아낸다. 게다가 이산가족 찾기(프로그램)까지 자칫 슬프고 무거워질 수 있는 내용이지만 영화의 흐름은 깊은 슬픔을 느낄 기회는 주지 않는다.
6·25 전쟁과 파독, 베트남 전쟁은 그리움은커녕 너무나도 가슴 아픈 역사이다. 덕수가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잘 살았지예.”라고 말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한 개인의 가족을 위한 희생’으로 당시 사회의 절망과 암울함을 덮어버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덕수를 통해 한국 가장의 개인적이고 보편적인 희생을 부각함으로써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눈물을 짜내게 만드는 것 같았다.
영화에서 덕수의 고생 정도로 표현된 베트남 전쟁은 많은 아픔을 가지고 있다. 반전여론과 파병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손실을 줄여주기 위해 한국의 국민을 파병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었으며 당시 자행된 고엽제 살포, 양민 학살 등은 아직까지 국제적인 문제로 남아 있다. 독일 광부·간호사 파견에 대해서도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등의 긍정적인 면만 부각시켰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저질러진 국가의 폭력성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국익이 우선시되어 광부와 간호사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안중에 없고 개인에 대한 죄책감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반공교육이 있었다. 북한 사람들은 모두 ‘빨갱이’이고, 그림을 그리면 머리에 뿔 하나쯤은 달려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영화 상영 당시 주변인의 관람 평가는 다양했다. 긍정적인 평가만 있지 않았다는 말이다. 관람객 수가 입증한 만큼 많은 사람이 보았고 많은 논쟁이 있었다. 영화에서 숨겨진 국가가 국민을 지키지 못한 부분들을 생각하며 관람한 사람들은 상영 내내 몰입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 <국제시장>의 정치문화론적 의미는 의미는 무엇일까?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대중문화는 정치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들 대중문화는 특정한 사회·정치 세력의 이익과 관점을 반영한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작품 속의 ‘정치 코드’를 읽어내는 건 관객의 몫이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사회문화·관습·시대상들을 표현하지만 제작 시점의 관점과 의도 그리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있다. 영화도 예술의 한 장르다. “예술은 감성적인 나눔을 가시화하는 장소”라고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가 말했다. 이 장소에 생각 없이 들렀다가 뭔가를 받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게 특정한 사회세력의 이익과 관점이 아니길 바란다.
사람들이 영화를 관람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재미나 잔잔한 감흥, 통쾌감, 예술적 감동, 간접 체험, 지루함 속의 각인되는 지식과 정보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지배계급과 특권층의 이데올로기나 담론을 그대로 받아들여 휘둘리지 않기를 바란다.
“미디어 문화의 질적 수준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대중이 책임의식을 갖고 일관성 있게 저항해야 한다”는 커뮤니케이션 정치경제학자 로버트 맥체스니의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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