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규의 포토 에세이 '우암동으로부터의 편지' (4)천동의 비밀2

김신규 승인 2020.01.29 12:26 | 최종 수정 2021.12.05 17:05 의견 0

어어어...엄마 닫아라 닫아!

의문의 비명소리에 계속 방문을 여시려는 어머니와 열리면 끝장이라는 각오로 버티는 천동. 천동으로선 자신의 고환 사수 위한 처절한 투쟁이었다. 종환은 방문사수에 가세했고, 나는 노끈을 끊기 위해 필사적으로 불을 붙였다. 서면 마리포사 커피&레스토랑이라는 글자가 찍힌 성냥을 꺼내 어렵사리 탁 하고 켰다. 시리릭 하고 불이 붙는 성냥 대가리를 갖다 대자 빨간 노끈은 툭 하고 끊겼다. 동시에 천동은 해방감에서인지 거기를 부여잡고 이리저리 뒹굴었다.

그 후 처리는 백의천사 나이팅겔 종환의 둘째 누나 간호사가 이 상황을 해결해줄 것만 같았다. 둘째 누나와 어머니 그리고 누나들, 여성 4명이 이 상황을 보자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동시에 힘찬 ‘구호’를 외쳤다. "엄마야~" 사태를 해결해줄 것 같았던 ‘백의의 천사’ 둘째 누나는 그때 간호대학 2학년이었고 천동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가위를 던져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날 이후 오랫동안 우리는 천동의 말을 잘 듣는 친구가 되었지요. 짜장이라면 짜장, 라면이라 라면. 뭐든 사달라는 대로 사줘야 했어요. 특히 라면의 계란은 천동의 허락없이 넘보지 못했지요.

그런 거 있잖아요. 볼 때마다 우습고 해서 눈이 하늘로 향해지고, 그러다 또 보면 웃음 터질까 꾸욱 참고 땅을 쳐다보는 거. 그러면 천동은 혼자 욕 비슷한 거 하면서 우리 째려보죠. 하하하.

아무튼 그때 그랬어요. 포경수술은 아니었어요.

이문세의 ‘난 아직 모르잖아요’

노래가 좋네요. 만식이가 보고 싶네요.

안녕.

김신규
김신규

◇김신규는

▷전업사진작가
▷우암동 189시리즈(2002~)
▷다큐작업 외 개인전 13회
▷김신규 사진인문학연구소 소장
▷알리앙스 프랑스 초대작가
▷KBS 아! 숭례문특집 총감독
▷KBS ‘포토다큐 사람들’ 다수 진행 및 출연
▷전 아트포럼 대표
▷전 부산시 산복도로 르네상스 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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