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규의 포토 에세이 '우암동으로부터의 편지' (1)만식이네 라면 끓으면
김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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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3 02:24 | 최종 수정 2021.12.0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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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복도로 신정이발소, 우암동 뱃머리, 우암동 시리즈, 산복도로에 관하여... 사진작가 김신규의 작품 혹은 전시회 이름들이다. 그는 20여 년간 카메라를 들고 부산의 산복도로 골목을 돌아다녔다. 심지어 2002년 부산 사직운동장에서 한일월드컵 한국-폴란드 경기가 있었던 그 시각에도 김 작가는 콘탁스 645를 들고 여전히 남구 우암동 189번지 일대 골목을 누볐다. 그의 흑백사진은 어둡지 않다. 골목길 아이들의 얼굴은 해맑다. 그의 카메라 뷰파인더는 누추한 골목길에서 따뜻한 정과 인간미를 포착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재개발만능주의에 대한 작가의 엄중한 경고이기도 하다.
‘산복도로 사진작가’ 김신규의 포토 에세이 ‘우암동으로부터의 편지’를 연재한다.
잘 지내지요.
토요일 오후 햇살 가득한 골목 옆집 만식이네 라면 끓으면
모른 척하며 만식아 하고 부르면
허허 웃음으로 어김없이 "온나" 하였지요.
선반 위 박스 채 사다놓으신 삼양라면은 만식이 어머님의 그저 깊은 배려였습니다.
햇살 가득 비추어진 라면의 뽀얀 김은
한층 더 웃음 가득한 토요일을 만들었네요.
꼬들 꼬들 라면을 잘 끓이는,
통김치 젓가락으로 한 번 만에 찢어 냄비뚜껑에 올려주었던,
하나 풀린 계란을 딱 반으로 나누는 기술,
국민학생 만식이의 그 기술은 지금 잘나가는 요리사가 되어 있습니다. 하하.
기억이 나시죠?
라면물이 끓는군요.
또 편지 할게요.
◇김신규는
▷전업사진작가
▷우암동 189시리즈(2002~)
▷다큐작업 외 개인전 13회
▷김신규 사진인문학연구소 소장
▷알리앙스 프랑스 초대작가
▷KBS 아! 숭례문특집 총감독
▷KBS ‘포토다큐 사람들’ 다수 진행 및 출연
▷전 아트포럼 대표
▷전 부산시 산복도로 르네상스 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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