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규의 포토 에세이 '우암동으로부터의 편지' (6)알 수 없는 현주의 마음

김신규 승인 2020.02.03 12:29 | 최종 수정 2021.12.05 17:04 의견 0

어제는 막둥이가 다독상을 받아 왔네요.
상장과 함께 문화상품권을 상품으로 받았다며 기뻐하더군요. 
여느 상을 받았을 때보다 더 흐뭇했네요.

너 무슨 책을 살 건데 하고 물어보니 
글쎄~~
음~~ 알퐁스 도데의 '별' 이 재미있던데...

책 읽기를 좋아했던 문학소년 만식이는 항상 책방에서  두 권을 구입한 게 생각나네요.
한 권은 현주에게 줄 선물이었지요. 
그 책 속에는 코팅한 책갈피가 있고 메모가 항상 있었는데, 겨울에 선물한 책이 알퐁스 도데의'별'이었어요 

to. 가을꽃 현주
알퐁스 도데는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이다.
한 톨 한 톨 잘 읽기를 바란다. 

요번 주 토요일 5시 마리포사에서 보자.     ㅡ만식ㅡ    

(만식이는 친구 진현이에게  요번 토요일에는 고백도하고  현주와 쪽사리(키스)한다. 만식이의 첫키스라고  선언을 한 상태이며 키스에 관해 친구, 선배의 조언과 장고개 비디오방에서 야한 영화를 보며 나름 공부하였고 혼자 베개를 상대로 연습 또한 많이 한 상태 )
기대와 떨림의 기다림...               

"선약 있어."
현주로부터 돌아온 답장은 그 겨울 추위만큼 매서운 한마디였다.

학력고사를 마치고 그 겨울을 기다려왔던 만식에게는 불안함과 조바심이 엄습했다.
알 수 없는 현주의 마음.  너무 냉랭했다.
집 앞에서 마주치면 눈길을 피해 뛰어가기 바빴고, 편지의 답장 또한 아주 먼 사람이었다.
알 수 없는 현주의 마음에 우암동 만식이의 방은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됐다.

혹, 근마(그놈이)...
'선약, 선약이 있다고?'
아니나 다를까, 의심 가는 녀석이 있었다.
우암독서실. 나이키 가방에 프로스펙스 신발의 그놈...
근마가 현주를 가데기(꼬시는 것)친 거  아닐까?

만식의 생각은 깊어지고 겨울도 깊어지고 의심도 깊어진 그해 겨울.
아마도 그해 강변가요제에서 등장한 이선희가 연말 가요대상을 받았죠.
 "이선희의 J에게"는 그 J가 만식에게는 현주였겠죠. 

마음 여린 만식이는 그 이후로 약간 방황을 했을거예요. 

아참, 그때 천동은 그기(고추) 치료가 잘되었나요.  하하하. 

담주에는 좀 여유가 있을 것 같아요.

안녕.

김신규
김신규

◇김신규는

▷전업사진작가
▷우암동 189시리즈(2002~)
▷다큐작업 외 개인전 13회
▷김신규 사진인문학연구소 소장
▷알리앙스 프랑스 초대작가
▷KBS 아! 숭례문특집 총감독
▷KBS ‘포토다큐 사람들’ 다수 진행 및 출연
▷전 아트포럼 대표
▷전 부산시 산복도로 르네상스 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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