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잡답(市井雜談)(2)] "육지에서 바다가 아니라 바다에서 육지를 보는 시대가 됐어요."

조송현 승인 2019.01.28 15:09 | 최종 수정 2019.01.30 18:25 의견 0

예로부터 저잣거리와 우물가는 마을의 핵심 인프라이자 동네뉴스의 중심이었다. 오늘날 저잣거리와 우물가에서처럼 지역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놓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에서 ‘시정잡답(市井雜談)’이란 아이디어가 나왔다.

술을 마시지 않고 맨 정신에 하는 이야기, 두서가 없지만 꼭 공유했으면 하는 속마음의 알갱이를 정리했다. 구체적인 이름을 좌담회방식으로 하나하나 담지 않고 그냥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을 취한다. 앞으로 ‘시정잡답’은 틈틈이, 지속적으로 다양한 분들의 참여를 통해 엮어갈 것이다. 시정잡담은 시민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새해 첫 시정잡답 중. 사진=박재중

▷일시: 2019년 1월 19일
▷장소: 부산 해운대구 우동 센텀시티 빈스&빈스
▷참석자 : 김해룡 티파니21 대표, 김해창 경성대 교수, 양화니 핑크로더 대표, 조송현 인저리타임 대표

◆다들 새해 좋은 꿈 꾸셨습니까? 이제는 나이 드는 걸 느끼니깐 그만큼 용기나 새로 시도하는 것이 잘 안 돼요. 생각해보면 아버님 돌아가시고 어머님 늙으시는 모습을 보니 예전엔 우리가 맨 날 부모님 밑에서 보살핌을 받으면서도 불평불만이 많았고 그래서 벗어나려고 하는 에너지들이 있었는데 말이죠. 이제 내가 부모님의 나이가 되고 자식을 부모님 마음으로 키우고 어머니를 보살펴야 하는 입장이 되다보니 사고가 많이 바뀐 걸 느껴요. 지금 회사에도 직원이 30~40명인데 예전에는 직원들과 조깅도 하고 같이 으샤으샤 하고 일을 도모했는데 지금은 예전 같지가 않아요. 내 마음도.

♠저도 그런 마음이죠. ‘당부’라는 노래가 있는데 가슴에 와 닿아요. 대략 이렇지요. 우리가 지금보다 젋었을 때 그때엔 보다 더 먼 곳을 바라보며 함께 했지. 인간이 인간으로서 아름다울 수 있는 그런 세상을 향해 함께 했지. 허나 젊음만으론 어쩔 수 없는 분노하는 마음만으로 어쩔 수 없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단단하고 복잡한 세상 앞에서 우린 무너졌지. (중략) 허나 친구여, 서러워 말아라.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아주 많으니 후회는 말아라. 친구여. 다시 돌아간다 해도 우린 그 자리에서 만날 것을... 젊음은 흘러가고 우리 점점 늙어간다 해도 우리 가슴 속 깊이 서려 있는 노래 잊지 말게.

♠양 대표님 회사는 몇 명이 일해요?

♥지금은 4명 정도.

◆부러워. 왜 부럽냐 하면 혼자서 하는 기업, 이게 굉장히 부러운 거지. 그러면 젊은 에너지같이 무한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을까? 지금 직원이 30~40명이 있는데 직원들의 눈치 보는 것이 이게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에요. 내가 늘 주장하는 게 즐거운 직장인데 아주 재밌는 직장 뭐 이런 거를 추구하는 게 힘든 거야.

♥저희는 인원이 작으니깐 분위기는 되게 조용하고요. 사무실 계시는 한 분 빼고 대부분 외근직이어서 외부의 일을 많이 보시는데, 아무래도 여행사이다 보니 가이드를 하거나 사진촬영을 하거나, 파트마다 각자가 일당백이죠. ‘니가 다 해’, 이런 분위기(웃음).

◆제일 재미있는 직업이죠. 그런데 내가 듣기로는 여행업도 인바운드를 하면 문제가 뭔가 하면, 저쪽에 보내면서 주는 돈이 굉장히 부족해, 애로가 많지요?

♥저희는 좀 달라요. 저희는 모집을 해서 하는 편이고요, 만든 상품 아니면 안 팝니다. 저희가 하는 게 부산 경남 지역의 스토리를 발굴해서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투어를 기획하는데, 원도심 투어라든지. 요즘에는 조금씩 생기고 있는데요. 저희가 초기에 시작했었고, 회사가 지금 9년 됐는데 아직도 (사람들이) 잘 모르세요. 모르실 수밖에 없는 게, 일반 시티투어버스처럼 계속 뺑뺑이를 돌리는 그런 프로그램이 아니고 자체 기획한 형태이다 보니깐요. 그때그때 시즌에 맞게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모집해서 운영하는 형태여서 흔히 말하는 아웃바운드나 인바운드 프로그램에는 해당되지 않는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양화니 핑크로더 대표.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테마투어를 개발해 운영하는데, 발상이 아주 상큼하다.

◆이런 분을 좀 일찍 만났어야 했는데...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요즘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단하시네요. 지금도 잘 되는 프로그램은 대표적으로 어떤 게 있나요?

♥2년 전에 기획한 건데요. 관광공사랑 같이 만들었고요. 그때 관광공사에서 온천을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부산에 온천이 유명하고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니깐, 온천 프로그램을 기획하면 좋겠다고 제안해 달라고 하셨어요. 요즘은 온천을 엄마랑 딸이 주로 많이 가시는 편이어서 엄마들에게 휴식을 주는 ‘마더스 힐링’ 개념으로, 기장 일대로 쭉 돌고 해운대 쪽에서 온천하시고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아 매년하고 있어요. 올해도 하고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 안에 유람선도 하나 끼워주시오.

♥하하하. 티파니21!

◆아니, 티파니21 말고 미포에 있는 동백도 있고.

◆아, 동백. 그럼 미포도 하시고 티파니도, 두 곳 다 하시는 거예요?

◆유람선 운영해 먹고 사는 회사는 우리 하나뿐 없을 거라. 태종대 빼놓고. 태종대는 굉장히 저렴하게 받고 코스가 짧은 편이지요. 전국에서 유람선 회사 치고 괜찮은 곳은 아마 우리밖에 없을 거라.

♣아까,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여행 프로그램 하시니까 말인데요. 7~8년 전에 제가 있던 신문사에서 스토리텔링협의회를 설립해 부산지역의 스토링텔링을 발굴해 보도하고 했죠. 그즈음 부산시와 각 구청에서 스토링텔링 발굴 노력을 많이 하더라고요. 부산 관광과 연결할 수 있는, 혹은 관광에 이용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어떤 게 있습니까? 그동안 활용한 게 있다면 뭔가요? 또 가능성 있는 건 뭐가 있는지?

양화니 핑크로더 대표

♥근데 부산은 다른 도시와는 좀 달라서, 350만 광역시다 보니까 어느 한 지역만 특정해 부산 전체의 컨셉으로 하기엔 너무 범위가 넓어요. 저는 그래서 권역을 4개 정도로 나눠요. 16개 구·군이 있으니깐 4개 권역으로 나눕니다. 해운대 광안리 기장을 묶어 하나의 권역으로 하고, 서면 연산동 부산진구를 한 권역으로 묶는 식입니다. 해운대 쪽은 잘 아시다시피 바닷가 해변이 주된 테마가 되고요. 연산동이나 서면 이쪽으로 가면 동천과 관련된 옛날 산업과 관련된 유산이 많은 편이죠. 옛날 제일제당부터 대우자동차, 엄청 오래된 자동차인 세발 자동차 시발자동차의 시작도 거기잖아요. 뒤로 넘어가면 금정산 주변인데, 금정산과 금정산성, 동래읍성, 온천동이 있고요, 금정산을 넘어가면 낙동강과 사하구 권역이 있습니다. 요렇게 4개 권역마다 특징이 있는데, 그 특징들을 잘 보려면 일주일 정도는 머물러야 한다고 권유해요. 왜냐하면 4개 권역으로 1박2일씩만 한다고 해도 최소 일주일 정도는 있어야지 제대로 볼 수 있거든요.

♣그런 스토리텔링 투어의 주요 대상은 누구인지, 연령대가 어떻게 돼요?

♥굉장히 다양합니다. 왜냐하면 부산을 찾는 분은 10대 때부터 와본 분들이 많아요.

♣지역적으로는?

♥지역적으로도 제한이 없고요. 전국에서 많이 오는데, 서울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오기도 하죠. 아무래도 10대들은 고등학교 졸업시즌이 되면 가장 멀리가고 싶은 거죠. 수도권에서 가장 멀고 바닷가 느낌을 갖는 게 부산이다 보니 그 친구들이 해운대 광안리를 많이 찾아요. 자기들 나름의 첫 일탈이나 탈출 행위 개념으로 오는 거죠. 요즘엔 학생들이 방학 기간에 많이 움직여요. 졸업반이 아니라도 찾는 학생이 예전보다 많아졌다는 얘기죠. 이건 여담인데, 집나간 애들이 꼭 부산으로 오더라고요(웃음).

♠그건 우리 때도 그랬던 사람이 많았던 것 같네요. 대책 없이 서울에서 부산에 와 해운대 광안리 바닷가를 배회하다가 문득 깨달은 게 있어서 돌아가 열심히 일하고...

◆부산 청소년들은 어디로 가는데요?

♥부산 청소년들은 일탈을 많이 안하는 것 같은데.

♣홍보는 어떤 방법으로 합니까?

♥저희는 SNS를 중심으로 하는데.

♣SNS라 하면?

김해룡 티파니21 대표

♥뭐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다하죠. 요즘은 하나만 해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내도 해봤는데 반응이 별로 없어.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해요. 저도 페이스북 초창기부터 해서 지금까지 쭉 하고 있는데, SNS는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글을 쓰는 것도 시작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열심히 오래 쓰는가가 더 중요하죠.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죠. 하나 하나는 별게 아닌데 오랜 기간 쭉 써놓은 걸 나중에 보면 ‘내가 어떻게 이런 걸 썼지’ 하는 생각이 들죠.

♠양 대표님은 어떤 계기로 이 분야 일을 하게 됐어요? 원래 전공이?

♥전공은 상관없고요. 저도 여러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했었고, 한동안 쉬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사건이 있었어요. 그게 2010년인데 1년을 쉬었어요. 원래 돌아다니고 사람을 만나기를 좋아하는 성격이어서 1년 쉰다고 집에 앉아 노는 게 아닌 거죠. 어디에 뭐 한다더라 하면 가서 들어보고, 전형적인 ‘하고잽이’여서 사람도 만나고 교육도 듣고 SNS 모임도 하고 이렇게 잘 다니는 편이였고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대비를 한 거죠.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를 생각해보고 혼자서 시도해보는 기간이 1년이 있었어요. 그때 공연 보러 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공연·전시를 막 찾아다니면서 봤죠. 이런 거 같이 다니며 보는 친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야 너는 어디서 이런 정보를 알고 그런 구석진 데까지 가서 보고 오냐, 신기하다 나도 데려가라’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사실은 그런 정보는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와 있는 건데, 그 친구들은 그런 정보들을 쉽게 접하지 못한 거죠. 그래서 이런 걸 잘 정리해 프로젝트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의기투합하는 친구들이 생겼고, 그 친구들이랑 공모전에 참가해보기로 했어요. 지금은 인평원으로 바뀌었는데 당시엔 부산시 산하 인적자원개발원, 인자원이라는 기관에 공모사업이 떴더라고요. 부산에 있는 문화공간을 소개하고 문화지도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하면 어떻겠나 하고 시작을 했는데 운이 좋게도 덜컥 됐어요. 소극장, 갤러리 등 문화공간을 테마별로 찾아다녔죠. 근데 우리가 정한 규칙 중 하나는 ‘프랜차이즈는 가지 않는다’였어요. 부산의 특색 있는 공간, 이를테면 인디 공간, 대안 공간들을 알려주는데, 공간만 소개하면 재미없는 거죠. 공연도 보고 전시도 보고 맛있는 밥도 먹고 예쁜 카페 가서 차도 한 잔하고... 이런 식으로 반나절 정도 데이트 해주는 코스를 만들어서 짜주자. 그래서 문화지도 안에 맛집, 카페를 넣는 작업도 같이 하게 됐어요. 이렇게 테마를 정리해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더라고요.

♠같은 맥락인데, 2000년 전후 환경전문기자 할 때, 전국의 습지를 찾아서 환경단체하고 전국을 다녔어요. 그전까지는 생태 테마 하면 ‘낙동강 하구 간다’고 했는데 내가 부산 을숙도부터 주남저수지, 우포늪, 해남, 새만금 등지를 2년 동안 겨울철에 왔다 갔다 하면서 전국의 20개 습지를 취재했죠. 그냥 습지를 보는 게 아니고 습지의 아름다움, 그 새들을 아름다움도 보는 거죠. 이게 전부 개발의 광풍에 휩싸였으니깐. 내가 에코테마를 잡은 이유가 뭐냐면, 나중에 책으로 정리했는데, 거기에 사람들이 있어. 낙동강 하구를 지키는 사람들, 우포를 지키는 사람들, 순천만을 지키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그전에는 엉성했는데 내가 취재를 하면서 그 사람이 뭉치게 되더라고. 순천만에서 강화도까지 생태 네트워크가 다 된 거지.

소셜디자이너 김해창 교수

♣조직화의 촉매제가 되었구만.

♠그렇지. 그들이 연안습지 네트워크가 됐고, 그때 내가 우포늪을 람사지구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나중에 람사총회도 하게 되고. 작은 아이디어가 생태 쪽의 테마가 만들어지듯이 부산도 그런 걸 찾고 네트워크를 구성할 필요가 있었요. 방금 이야기만 해도 부산관광지도 뿐만 아니라 어마어마한 것도 가능해요.

◆지금 관광산업이 떼거리 사업에서 개별 사업으로, 시간이 걸리겠지만, 변화해가거든. 그럴 때 강점이 뭐냐, 그것이 바로 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즐길 거리가 있어야 하고, 거기다 안전해야 하고. 관광산업이 제대로 발전하려면, 내가 항상 주장하는 게, 우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관광부를 빨리 독립시켜야 한다고 봐요. 태국은 관광부가 오래 전에 왕실의 직속기구로 됐고, 일본은 관광부 장관 신설을 검토하는 중인데, 나가사키 현에 가면 관광국이 속한 부지사가 수석부지사예요. 그래서 수도를 설치한다, 도로를 건설한다, 전철을 개설한다고 할 때 모두 관광국의 협의를 받아야 되는 거야. 아름답게 하시오, 전체적인 관광 그림에 맞게 수도를 까시오, 도로를 어떻게 하시오 등. 이런 식으로 협의를 해서 도시를 만들어내는 거야. 우리같이 도시계획전문가랍시고 공학박사들만이 하는 것이 아니고.

♠일본의 유후인하고 벳부 두 곳의 개발방식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요. 우리가 1990년대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면서 주로 간 곳이 벳부였거던요. 버스 대절해서 떼거리로 가 목욕하고 먹고 놀고 하는 게 벳부의 형태라면 유후인은 좀 달라요. 유후인은 조그만 마을이거든. 근데 그 마을에 서울 인사동처럼 아기자기한 게 많아. 동네 자체가 박물관인거지. 유후인은 청년들이 중심이 돼 댐 건설을 막았다니깐요. 대신 자기들이 살아가는 삶을 보여주자면서 집집마다 수공예품 가게이고 집집마다가 미술관이 된 거예요. 벳부는 남성들이 차로 와서 목욕 한 번하고 노래방 가고 띵가 띵가 논다면 유후인은 여성들이 주로 찾죠. 이 집 가서 차도 마시고, 저 집 가서 수공예품 구경하고, 몇칠을 머물면서 그 마을을 사랑하게 되는거죠. 댐 건설을 반대한 청년이 나중에 군수가 되었어요. 관광이라는 게 차 떼거리로 와서 깃발 들고 돌아다니는 식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찾아다니면서 ‘아, 정말 좋구나’ 하고 감탄하는, 이런 거를 만들어가는 시대가 온 거죠.

◆나도 일본을 자주 다니면서 느낀 건데, 주민들이 좀 선진화하면 좋겠어요. 열린 토론이 되는 쪽으로 시민들이 변해야 해요. 일본에 가면 고함을 지르는 사람이 없어요. 대화나 토론할 때, 우리 같으면 막 주먹이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일본은 그런 일이 없지. 댐을 만들거나 철거를 하거나 주민들이 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토론하고 결론에 깨끗이 승복하니까 가능한 거지. 그런데 우리는 오랫동안 주민들이 그런 토론과 여론수렴 과정에서 배척되는 바람에 그렇게 된 점도 있는 것 같고. 개발이든 정부 정책이든 더디더라도 주민들을 참여하게 해서 최종 뜻을 물어서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는 게 아니지만 조금 전 김 교수가 얘기한 것과 같이 일본의 온천 애기인데, 일본에 가면 참 부러운 게 많거든요 자발적으로 무사의 복장을 하고 칼을 들고 그건 마을의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거거든. 우리나라 시골에 가면 그런 모습이 없는 게 참 아쉬워. 일본에 가면 자위대가 참 많아. 근데 군사적 자위대가 아니라 마을의 봉사대인데, 자발적으로 조직되어 있거든. 뭐 나무를 심는다든지 산불예방을 한다든지 자기 마을을 위해 전부 자발적으로 조직하거든. 우리는 그런 게 전혀 없어. 산불이 나면 전부 공무원들이 올라가고 민간인들은 구경만 하는 거지.

♥그런 부분에서 부산도 물론 우리나라도 지금 많이 바뀌었고요. 지방정치가 더 강화되고 있고 최근에는 ‘마을 만들기’ 이런 이름으로 마을 주민들의 공동체를 강화하는 사업들도 많이 생겼어요. 지금 ‘도시 재생’이라고 하는 큰 테마로 진행되는 것도 마찬가지고. 결국은 그 안에 주민들의 자생력을 키우는 방법을 어떤 식으로 만드느냐가 핵심이거든요. 그래서 저도 관광의 영역이기는 하지만 처음에는 문화 쪽으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흐름이 똑같이 넘어가는 거죠. 이걸 잘 하려면 광역 단위가 아니고 더 작은 마을 단위로 비즈니스가 이루어져야 해요. 저희가 추구하는 게 공정여행인데 지역이랑 같이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려고 하면 주민 분들의 참여가 필수예요. 이분들이랑 같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그래서 우리 지역의 작은 단위의 마을에서 여행하는 개념에 집중해야 겠다고 마음을 먹어요. 저희가 마을여행프로젝트를 시작한 게 4년 정도 됐는데 그러다보니 저도 마을주민 분들하고 친해지고. 이런 작업들은 최소 3년 이상 걸립니다. 그래서 주민들하고 안면 터서 ‘우리 같이 뭐 해볼까요’ 하는데 3년 걸려요. 초기에는 마을지도를 제작해드리면서 같이 기획해보기도 했고 그분들이 지금은 3년 이상 되셔서 자리 잡으시고 잘하시는 분도 계시니깐 아예 동네주민들이랑 같이 여행의 파트로 비즈니스를 하실 수 있도록 교육을 해달라고 요청이 오는 케이스도 있고. 관광의 영역에서 해설사라든지 또는 카페를 하실 때도 다 주민분들이 주최가 돼서 하셔야 된다는 거지요. 우리는 그런 기본적인 내용들을 컨설팅 해드리는 거죠. 지금 역량은 이 정도이니깐 다음에 ‘마을에 조그만 숙박들, 게스트하우스라도 만들어보시면 어떻겠습니까, 빈집들을 활용해고 관광 오시는 분들이 머무르다 가실 수 있게 해보시라’, 이런 형태로 연차별로 조언을 조금씩 해드리면서 연계를 하고 있어요.

그게 부산에서도 조금씩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물론 지자체에서 사업비를 들어서 기본적인 하드웨어적인 정비를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죠. 요즘에 영도가 많이 이슈가 되고 있고요. 깡깡이마을 흰여울마을 들어보셨죠. 흰여울마을은 사실 전망이 정말 좋아서 그리됐는데, 깡깡이마을은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주민분들이랑 같이 세팅을 한 마을이에요. 거기에 저희가 해설사 교육으로 참여했는데 거점시설은 거의 다 늦게 지어지다 보니깐 주민분들 교육하는 역량을 키우는 게 가장 먼저인 거죠. 주민분들이 우리 동네의 이야기, 본인들이 사셨던 마을이기 때문에, 동네 이야기에 대한 자부심이 별로 없으신 거에요. 이게 뭐 그렇게까지 좋은 거야? 깡깡이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이러시는 거죠. 근데 우리가 봤을 때 너무 대단한 거죠. 이런 게 정말 삶에서 묻어난 것인데, 이런 것을 알려야 겠다. 그래서 그분들 인터뷰하는 작업을 하면, 또 사업단에서 진행하면 저희는 그런 소스를 가지고 깡깡이마을 지도 테마를 잡아서 테마 지도를 만들어 드리고.

마을 어르신들을 섭외해서 경험담을 듣었는데, 우리 동네 여기에는 원래 뭐가 있었는데, 나 어렸을 때는 여기 배타고 자갈치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 도선장에서 많이 일했었어 등 많더라고요. 생생한 경험까지도 더해지니깐 좋죠. 조선업이 처음 시작됐던 곳이고 수리 조선은 아직 하고 있고, 깡깡이 아지매들은 호흡기 질환 등 여러 병에 힘드시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하고 계시는 분들도 계시고, 기본적인 스토리들이 본인들은 맨날 집나가면 보시는 것들이다 보니깐 자연스러운 거죠. 그래서 지금은 외부에서 답사를 엄청 많이 와요. 거의 매주 답사가 4~5건씩 있거든요. 지금 비수기인데도, 오늘도 답사 일정이 있어요. 그게 입소문이 조금조금 나면서 마을 분들이 하시니깐 그것을 보러 오시는 거죠. 물론 마을 작품도 보지만, 해설사 분들이 해설하시는 거를 보러 오시는 거죠. 근데 제가 처음에 이 프로그램을 세팅할 때부터 비용을 무조건 받아야 한다, 해설하시는 거 절대 공짜로 해주시지 마라 했죠. 왜냐하면 봉사로 활동하는 건 너무 지치거든요. 그리고 저희가 맨 날 지속가능, 지속가능 하는데 결국 지속가능하려면 돈을 벌어야 되는데, 이게 수지타산이 안 맞으면 지속가능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최소한이라도 무조건 돈을 받아야 한다고 했던 거죠. 그래서 지금은 한 사람당 6000원씩 받아요. 해설 해드리고 체험도 해드리고 그리고 마지막에 마을 다방에서 차 한 잔 마시는 거에요.

♣아까 테마별로 부산을 크게 4곳으로 묶어 테마투어를 하고, 깡깡이마을의 경우는 이와 달리 개별적인 스토리나 삶의 유산 혹은 지금도 유지되는 삶의 문화가 소재인데, 부산 전체로 볼 때 ‘부산에 가자’ 하면 사람들이 개별 소재보다 부산의 큰 주제를 보고 오지 않을까요? 그게 뭔가요?

♥부산은 바다죠. 보통 바다를 보러 부산에 옵니다.

♣그러니깐 부산관광 활성화를 위해선 바다에 대한 이미지를 더 살린다든지, 그런 과제가 있을 것 같은데.

♥부산, 그러면 바다를 생각하는데, 그래서 옛날에는 해수욕장, 해운대나 광안리가 큰 관광자원인데 지금은 그런 시기가 많이 지났어요. 바다 말고 부산에 뭐가 있냐, 이러면 지금은 산이 중심되고 있어요. 삼복도로가 메인으로 뜨는 시대가 됐어요. 이게 뜨다 보니 168계단이나 감천문화마을이나 청학동, 산 쪽에 있는 마을들이 경치가 너무 좋아 이런 테마들이 이슈가 되는 거죠.

지금은 부산의 여러 가지를 보러 옵니다. 엄청 다양한 것들을 보러 오세요. 동부산 쪽, 첨단도시 해운대 마린시티를 보면 여기는 무슨 홍콩이야? 하면서 이국적인 모습에 감탄하고, 남포동 자갈치시장에 가면, 아직도 난전에서 팔아? 하시고.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애들이나 학부모들이 오시면 얘기하는 게 본인 스타일이 있을 건데 100명이 오면 100가지 스타일대로 여행하셔야 된다고. 그게 자기만의 여행하는 방식을 만드셔야 하는데 이때까지는 그런 연습이 안 됐던 거죠. 그냥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남이 좋다니깐 따라가고 어디가 유명하다고 하니깐 해운대를 가봐야 하는 거죠. 요즘 친구들은 그렇게 안 하죠. 유명하거나 말거나 내 스타일 아니야 이렇게 하고, ‘그럼 네 스타일 뭔데?’ 하면 ‘나는 조그만 예쁜 카페를 좋아해’ 하며 카페를 다니면서 디저트를 먹고. 최근에 빵을 좋아하는 젊은 친구들이 엄청 많으니깐 엄마들도 빵을 많이 드시잖아요. 이렇게 본인 좋아하는 방식대로 가요.

저는 먹는 것 중에 빵을 엄청 좋아하니깐, 부산에 유명한 빵집 많다던데 여기 ‘옵스’도 있고 저쪽에 가니깐 ‘루반도르’도 있고 남포동 가면 ‘비앤씨’인가요? 이런 식으로 되게 맛있는 빵집을 찾아다니죠. 이흥련 과자점도 유명하고, 부산에 유명한 빵집들이 많이 있거든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생각나는데, 우리 유람선 같은 게 옛날에는 주 메뉴였어요. 지금은 사이드 메뉴로 빠진 거야. 나는 느끼고 있거든. 대비를 하고 어떻게 탈출을 할 것이냐 이걸 고민하다가 찾아낸 이야기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선 투어’ 이거 하나를 뽑았어. 그것을 주 메뉴로 시작하려고. 지금 사진가협회에서 나하고 같이 엮어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어. 바다에서 본 부산을 계획하고 있어. 그러니깐 육지에서 아무리 바다를 봐 봐야 세계 어디든지 비슷해. 배를 타고 바다에서 반대로 육지를 보면 시각 자체가 완전히 바뀌는 거지. 완전히 환상적으로. 옛날에는 유람선을 탄다는 생각으로 왔다면 이제는 바다의 유람선에서 해안선을 보기 위해서 유람선을 타야 된다고 바뀌는 거지. 아까 양 대표는 ‘최소 3년’이라고 했지만 나는 지금 10년 계획으로 바꾸어 갈려고. 이건 그냥 홍보를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입소문 내지는 ‘의식의 전환’으로 전파해야 옳은 이야가 된다고 생각해. 그래서 매체를 이용한 홍보를 안 해.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제가 주선할테니까, 한 번 타 보시라고.

♣그럼 유람선 관광 개념 자체가 완전히 바뀌는 건가요?

◆바뀌는 거고, 유람선의 입장에서 드디어 목표의식이 생긴 거지. 그거를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강제로 매체를 통해서 홍보를 하지는 않겠다는 거고. 단만 이런 분(양 대표)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하겠다는 거지.

♣양 대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 이야기에 공감합니다. 사람들이 처음 바다를 보면 ‘와~’ 해요. 바다를 보고 싶어하거든요. 그래서 역사교육이라든지 꼭 꼬집어 테마를 정해오지 않으면 (부산여행 프로그램에) 바다를 꼭 집어넣어요. 그래야 피드백이 좋아요. (코스에 바다가 없으면) 기왕 부산까지 왔는데 바다 하나도 못보고 간다고 굉장히 속상해하시는 거에요. 그런 ‘와’ 하는 거를 유람선을 타고 나가서 보여주는 것 중요하고요. 근데 해안선을 중요하게 말씀하셨는데, 바다는 10분 보면 질리거든요. 시선을 반대로, 육지로 돌려야죠. 육지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바꾸어야 되는 거죠. 그래서 바다를 보면 해안선은 부산이나 샌프란시스코나 어디를 가나 다 수평선이잖아요. 근데 바다에서 육지를 보면 백양백색이죠, 지역마다 특색이 있는 거죠. 밤에는 불빛도 많이 보이고. 저는 (김 대표님의) 말씀에 동의하고, 육지 쪽으로 시각을 돌려서 유람선에서 육지의 매력을 감상하는 관광, 정말 좋다고 생각해요.

♣듣고 보니 오늘 시정잡담의 키워드는 ‘관점의 변화’ '시각의 변화'인 것 같습니다. 부산에 관한 관점의 변화, 부산관광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이미 본격화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것 역시 새로운 발견과 창조의 과정이겠지요?

◆이스라엘의 창조경영에 따라갈 만한 나라가 없어요. 이스라엘은 환경 때문에 창조경영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지. 그 좁쌀 만한 나라에서 큰 주변국들을 상대해야 하니, 환경을 변화시키는 게 불가피하고, 필요하니까 창조를 한 거지.

♠필요는 창조의 어머니!

♥우리나라도 어떻게든 자생하려고 노력한 결과 이렇게 된 거니까요.

<정리 = 조송현, 사진 = 박재중, 기록 = 신창민 부산대 물리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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