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개항은 2019년 올해로 143주년인가, 아니면 612주년인가!
부산은 항만도시이다. 2019년 부산항의 역사는 어떻게 될까? 1876년 강화도조약 결과 근대 강제개항의 역사로 보면 부산항은 올해 개항 143년을 맞는다. 그런데 1407년 조선 태종 때 부산포, 내이포에 왜관이 설치된 때로 치면 2019년은 부산항 개항 612년이 된다.
그렇다면 부산항의 브랜드를 제고를 위한 행사로 '1876년+150년=2026년 부산항 개항 150주년' 아니면 '1407년+620년=2027년 부산항 개항 615주년'을 놓고 고민을 해봄직하다. 부산항의 브랜드 만들기의 시작은 부산항 개항의 역사에 대한 정확한 고증과 인식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개항이란 항을 여는 것으로 통상 외국에 대한 무역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관세법에 의한 개념이지만 근대에 와서는 우리나라나 일본의 경우 조약항은 역사상, 불평등조약에 의한 개항을 의미한다.
오늘날 부산항은 세계 최고의 허브항만으로 컨테이너취급량 세계 5위의 항만이다. 코리아쉬핑가제트(2018.12.28)에 따르면 2018년 한해 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6.1m짜리 컨테이너(20피트) 기준 전년대비 5.8% 증가한 2,167만여 개로, 당초 목표치인 2,150만여 개를 초과 달성한 사상최대 기록이라고 부산항만공사(BPA)가 분석했다. 글로벌 환적중심항만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선 7기 오거돈 부산시정도 ‘시민이 행복한 동북아 해양수도’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지 않는가. 문제는 시민들이 ‘해양수도 부산’에 대한 자부심을 얼마나 공유하고 있는가이다. 이를 위해 부산은 부산항의 역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부산항의 브랜드 제고를 위해 다음과 같은 작업이 먼저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부산항의 개항의 역사를, 그 시초를 제대로 잡고, 이를 바탕으로 부산항의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는 일이다. 부산항의 개항은 일반적으로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로 잡으면 2019년은 개항 143년이 된다. 그러나 조선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부산항 개항의 역사는 600년이 넘는다. 어떤 것을 채택할 것인가? 이에 대한 연구와 결단이 필요하다. 1876년의 개항은 외세에 의한 강제개항이지만 조선 초기 개항은 우리나라의 자주적인 개항의 역사를 갖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조선이 개국하고 얼마 되지 않은 1407년(태종 7년) 부산포와 내이포(제포, 지금 창원시 진해구 웅천동 일대)에 왜관을 설치하고 일본과 교역을 허락하고 교린(交隣) 차원에서 면세의 혜택을 줬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 뒤 우여곡절을 겪다가 임진왜란 이후 1607년(선조 40년) 두모포(부산 동구 초량동 고관입구)에 새로 왜관이 설치되었다가 1678년(숙종 4년) 초량으로 옮겨 간다.
이런 역사를 바탕으로 부산포에 왜관을 설치하고 일본과 교역을 허락한 1407년이 부산항의 역사적 개항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는 부산뿐만 아니라 진해항도 내이포를 개항한 1407년을 개항의 해로 잡고 몇 년 전 진해항 개항 610주년 행사를 추진한 적이 있지만 실행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는 글이 인터넷에도 돌고 있다. 이렇게 보면 부산항 개항은 2022년이 615주년, 2027년이 620주년이 된다.
개항의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 중 하나가 독일 함부르크이다. 함부르크는 ‘Hafengeburtstag’이라고 해서 매년 개항기념일 행사를 하는데 2018년에 829회 개항기념축제를 했고 백만 명 이상의 해외 관광객을 불러들였다고 한다. 함부르크의 개항기념일은 황제 프레드릭 바바로사(Frederick Barbarossa)로 거슬러 올라간다. 함부르크에서 북해까지 엘베를 항해하는 배들에 대한 관세로부터 자유를 허락한 1189년 5월 7일에 함부르크 상인들에게 헌장을 발부했다. 그날이나 그 주말에 기념일을 거행하는데 오늘날 대중축제도 1977년 이래로 열리고 있다고 한다. 결국 실질적인 ‘2019년 함부르크 개항 830년’도 불과 40여 년 전에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경우 최초의 근대적 개항은 1859년의 요코하마 항이다. 요코하마 항은 2009년 6월 2일 개항150주년을 맞는 것을 기념해 각종기념사업을 행했다. 1868년 개항한 고베 항은 2018년 개항150주년 항도고베예술제를 열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고베시가 개항100주년을 1968년보다 1년 앞선 1967년에 가진 것이다. 고베 항은 1898년에 개항 30년 기념식, 1958년 개항 90년 기념식을 치렀는데 1968년이 아닌 1967년에 개항100년제를 치렀다. 그리고는 2018년에 개항 150년제를 가졌다. 어떻게 된 영문일까? 이유는 1967년에 국제항만협회 총회가 일본 최초로 도쿄에서 개최됐는데 당시 총회 의장으로 활약하던 고베시장이 그해 고베 항과 시애틀, 로테르담 양항과 자매 항 협정을 체결하는 등 국제항만외교를 활발히 하면서 ‘떡본 김에 제사를 지내듯’ 고베 항 개항 100년 행사를 아예 앞당겨 성대하게 치러버린 것이다.
우리나라는 개항100주년에 대해서도 외세에 의한 개항이어서 인지 그리 분위기가 고조되지 않았다. 부산시는 1976년 부산항 개항 100주년을 맞아 ‘부산항 개항 100년사’를 펴냈고, 부산 중구 중앙동과 영도구 봉래동을 연결하는 다리인 ‘부산대교’를 개항 100주년 해이던 1976년 10월 8일에 착공하여 1980년 1월 30일에 준공했다. 인천의 경우 인천항 개항 100주년을 기념해 1983년에 선박 모양의 ‘인천항 개항 100주년 기념탑’을 조성했는데 교통 흐름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2003년에 철거됐다. 실질적 이유는 시민과 시민단체들이 “인천의 개항 역사를 왜곡하고 일제의 굴욕적인 문호 개방과 침략을 정당화한 상징물”이라고 철거를 요구해 왔기 때문이었다.
이런 점에서 부산시는 부산항 개항 150주년 축하행사를 오는 2026년에 하든지 아니면 부산항 615주년 또는 620주년 기념행사를 2022년 또는 2027년에 하는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연구해 그 중 하나를 택할 필요가 있다. 독일 함부르크의 사례를 본다면, 또한 근대 외세에 의한 개항보다 훨씬 앞선 조선 초기 개항을 부산항의 역사로 잡는 것이 세계적이며, 보다 발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를 놓고 각계 전문가들의 중지를 모으는 작업이 매우 필요해 보인다. ‘물류올림픽’이라고 하는 '2020년 세계물류협회(TIATA) 세계총회‘가 2020년 10월 19일부터 24일까지 6일 간 부산 벡스코(BEXCO)에서 개최될 예정이며, 150개국 3000여명의 물류전문가들이 참석하는데 이를 계기로 대외적으로 ‘부산항 개항 613년’을 알릴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싶다.
둘째, 기왕 개항을 기념한다면 항만축제를 제대로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의 경우 개항 150주년 행사가 많았다. 우리 부산도 개항 100년 행사를 하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항만브랜드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앞으로 개항 개념일 행사는 사전에 철저하게 기획하고 준비하는 행사로 부산항의 브랜드를 세계화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과거에 부산항 개항에 대한 기념은 문헌사적으로 일제시대인 1925년 부산항 개항 50주년 행사가 나온다. 개항 초기부터 부산에 건너와 정주하였던 일본인들이 개항 50주년을 맞아 여러 가지 부산항 홍보 행사들을 추진하였는데 당시 부산일보가 펴낸『부산항의 사명(釜山港の使命)』이란 책이 나왔다. 이 책은 당시 일본인 편집국장이 제작한 것으로 철저하게 식민지 조선에서 부산항의 위상을 정리한 것이다.
부산시는 지난 2016년 부산항 개항 140주년 기념행사 제대로 하지 않았다. 사전에 이런 기획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당시에 필자는 부산시 고위공무원을 만나 왜 부산항 개항 140주년을 제대로 기획해서 하지 못했는지 안타깝다는 마음을 피력하기도 했다. 인터넷 뉴스를 보면 2017년 부산항 개항 141주년 기념식을 했다는 간단한 기사 정도만 뜬다.
부산항의 자매 항은 일본 오사카 항으로 1985년 자매 항 제휴를 맺었다. 미국 시애틀 항과는 1981년,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은 1985년, 뉴욕 항과 영국 사우샘프턴 항과는 1988년, 중국 상해 항과는 1994년에 자매 항 제휴를 맺었다. 일본의 개항은 1859년 요코하마, 나가사키, 하코다테 3항의 개항이 시작이다.
일본 요코하마 시는 2009년 6월 2일 개항150주년을 기념해 각종기념사업을 행하는 펼쳤다. 이를 위해 가나가와 현을 주무관청으로 하는 재단법인 요코하마개항150주년협회를 2007년 2월 27일에 설립했고, 그보다4년 전인 2003년에 ‘요코하마개항150주년추진협의회’를 결성, 요코하마개항150주년기념행사를 기획했다. 그중 대표적인 행사가 ‘개국박람회Y150’이다. 이 행사는 2009년 4월 28일부터 9월 27일까지 153일간 개최했는데 최종 입장객수가 716만6,300명을 기록했으나 당초 예상한 유료입장객 500만 명에는 4분의 1에도 못 미쳐 적자를 기록해 곤욕을 치렀다.
오사카 항은 1868년 7월 개항의 역사를 갖고 있는데 2018년에 개항 150주년 맞았다. 오사카 항개항15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기념사업의 기본 콘셉트로 ‘1)오사카항개항 150년을 시민과 함께 축하한다. 2)선조들의 공적을 칭송하고 감사한다. 3)오사카 항에 대한 애착을 깊게 하는 기회로 삼는다. 4)항간의 국제교류 등을 통해 오사카 항 항세 신장의 계기로 삼는다. 5)항만에 대한 집객력을 높이고 임해지역의 활성화에 기여한다. 6)오사카 항의 장래를 바로보고 매력 역할을 재인식하는 기회로 삼는다.’로 잡았다. 2018년 2월 크루즈카니벌 및 일본 대형범선 ‘해왕호’ 일반공개, 4월 맬버른 오사카컵 2018 더블핸드요크레이스 개최, 10월에 ‘오사카 항 개항 150년기념사업기록지’를 펴냈다.
2019년 1월 일본 니가타시는 개항 150주년을 맞았다. 니가타개항 150주년 니가타사진전(니가타역사박물관)을 행하고 바다페스티벌로 니가타 항에 온갖 배를 모이게 한다. 7월에 바다페스타오프닝퍼레이드, 바다록페스티벌, 해수욕장에서의 비치스포츠 등 해양레저 체험 이벤트 등 다양하다. 옛 니가타세관청사를 리뉴얼해 국가지정중요문화재 재오픈을 12월에 할 예정이란다. 니가타개항 150주년기념사업실행위원회가 ‘니포트 프레스(Nii port PRESS)를 발간해 각종 이벤트 등 자료 정보를 발신하고 있다.
셋째, 부산항 개항기념에서 중요한 것은 콘셉트이다. 이제는 물류(物流)도시를 넘어서 ‘심류(心流)도시’를 만들자. 심류(心流)라는 용어는 현재 일반화되지 않은 말이지만 ‘마음의 흐름’ 즉 따뜻한 마음의 발상지, 나아가 한류를 세계로 보내는 문화개항의 콘셉트, 무엇보다 해양의식을 갖고 바다를 진취적으로 생각하는 사고가 필요하다.
항만도시(port city)란 사람과 물건의 흐름 즉 여객과 물류를 맡는 교통이 육상과 수상 간에 전환하는 지점에 형성된 도시를 말한다. 고대부터 중세의 ‘천연의 양항’에서부터 근세 이후 무역항이나 공업항 또는 군항의 기능을 가진 도시가 많다. 현대는 항만이 좁은 의미의 항 기능이 아니라 워터프런트나 배후지개발을 중심으로 시민생활이나 경제에서의 역할을 확대해 기능이 다양화하고 있다. 근년에 영국 런던이나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같이 항만기능의 태반을 상실하면서도 문화 예술 관광 정보발신 등 항만도시기능을 새롭게 하고 있는 도시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국제물류협회(KIFFA·회장 김병진)가 ‘물류올림픽’이라고 하는 ‘2020 국제물류협회(FIATA) 세계총회’를 2020년 10월 19일부터 24일까지 6일간 부산 벡스코(BEXCO)에서 개최, 150개국 3000여명의 물류전문가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FIATA는 1926년에 설립돼 108개국 4만여 명이 가입된 국제연맹으로, 스위스 취리히에 사무국을 두고 있는데 매년 총회를 열어 국제물류업 분쟁조정, 국제물류인증 및 발전정책을 논의한다.
한국국제물류협회(KIFFA)는 ‘FIATA 2020’의 홍보를 위해 2018년 9월 26일부터 4일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FIATA 2018’에 참석해 부산총회 홍보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KIFFA는 2020년 세계총회를 통해 유라시아 철도망의 출발점인 부산역, 세계 5위 항만인 부산항과 김해신공항 등 육·해·공의 우수한 물류접근성을 집중 홍보할 계획이라고 한다(코리아시핑가제트, 2018.10.1). 내 생각에 'FIATA 2020' 때 ‘부산항 개항 612년‘을 세계에 제대로 알리는 일이 중요하지 않을까?
이제 우리 부산은 단순한 물류항만만이 아니라 세계인을 끌어들이는 매력 있는 항구도시로, 한류(韓流)를 세계에 알리는 ‘밀레니엄문화항’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서 북항개발도 단순한 건물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콘텐츠, 소프트웨어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단순한 오페라하우스건물이 아니라 이러한 심류(心流), 한류를 고려한 시설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적어도 2022년 부산항 개항 620년은 21세기에 걸맞는 우리의 문화와 사상으로 세계를 향해 ‘21세기 문화개항’을 대대적으로 선언해야 한다. 그 출발점이 바로 부산항의 역사를 제대로 살펴보고, 이에 대한 해석을 제대로 해내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부산의 미래비전을 찾아내고 세계와 공감하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이다.
<경성대 교수·환경경제학자, 소셜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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