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배상 판결, 과연 일본의 주장대로 ‘국제법 질서에 도전’인가? 곧, 징용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도 1965년 한-일 협정에 의해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는가? 우리 대법원의 배상 판결이 국제사법재판소(ICT)에 가면 패소할 것인가?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비방에 가까운 ‘폭거’와 그 근거의 진위를 살펴보자.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강제징용 피해자 측 변호인단이 신일철주금의 한국 내 자산 압류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데 대해 “만일의 경우 대항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12월 25일 <NHK>에 따르면 고노 외무상은 기자들에게 “일본 기업에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조치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만일의 경우 대항(대응) 조치나 국제 재판을 포함한 수단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는 원고 측 변호인이 한국 내 자산 압류 절차에 들어가도 한국 측 공권력이 이를 실제로 집행하기까지는 표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방침”이라면서도 “일본 정부는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포함한 대항 조치의 준비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외무성 간부는 “압류를 집행하는 것은 한국의 공권력”이라며 “이것이 움직이는 경우에는 우리도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산케이신문>은 덧붙였다.¹⁾
대법원은 지난 10월 30일 일제 강점기 당시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 新日鐵住金)에 강제로 끌려가 노역을 하고 임금을 받지 못한 원고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최종 확정 판결을 내렸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 원씩의 위자료를 배상하라는 내용이다. 이는 일본에서 1997년 첫 소송이 시작된 지 21년 만이고, 국내에서는 2005년 2월 소송을 낸 지 13년 8개월 만의 최종 확정 판결이다. 판결이 나온 시점을 기준으로 원고 4명 중 3명은 이미 사망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손해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 외무성은 격렬히 반응했다. 고노 외상은 “폭거이자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11월 6일 기자들에게 “(조선인 징용 피해 배상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끝난 이야기”라며 “한국 쪽이 적절하게 대응할 것으로 믿는다”며 “그러지 않으면 모든 수단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고노 외상은 또 11월 5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국제법에 기초해 한국 정부와 맺은 (1965년 한-일) 협정을 한국 대법원이 원하는 아무 때나 뒤집을 수 있다면 어떤 나라도 한국 정부와 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그들(한국)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 대신 배상하는 입법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다는 방침을 일본 정부가 굳혔다”고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조속히 적절한 조처를 강구하지 않으면 국제 재판을 포함해 여러 선택지를 시야에 넣고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가세했다.²⁾
필자는 개인적으로 정기 구독하는 일본 월간지 <문예춘추·文藝春秋>(보수 성향)와 <세계·世界>(진보 성향)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었다. 우리 언론이 전하는 일본의 격렬한 부정의 반응에 대한 논거를 따져보고 싶어서였다. ‘사법농단’의 한 부분이기도 한 강제징용 피해 판결은 과연 국제법을 아랑곳 않는 ‘팔이 안으로 굽는’ 아전인수 격 판결인가?
결론부터 미리 말하면, 보수 성향의 <문예춘추>에 실린 기사는 ‘가짜뉴스’라 해도 손색이 없는 내용이다. 반면 북핵 문제, 독도 문제, 위안부 문제 등에서 우리의 진보 지식인과 다름없는 논조를 보이는 진보 성향의 <세계>의 기사에서 일본의 양심을 본다. 더욱이 <세계>에 실린 전후보상 전문 변호사 야마모토의 글은 강제징용 피해 배상문제에 대한 알파와 오메가이다.
이번 <상>편에서는 <문예춘추>의 기사를 간략히 살피고, <중><하>편에서는 <세계>의 야마모토 변호사의 글, 전편全篇을 완역하여 독자제현과 이해를 나누고자 한다.
“이제 더 이상 교제할 수 없어요” 대부분의 일본인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요? 참을성 강한 일본 정부도, 일본 국민도 ‘징용공徵用工³⁾ 판결’에서 인내의 한계를 넘어버린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⁴⁾
무토 전 주한특명전권대사는 이렇게 말했다. 외교관은 ‘국익을 위해 거짓말하는 정직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상대 주권국 사법부의 판결을 정확한 논증 없이 폄훼하는 것은 아무리 외교관 혹은 외교관 출신이라 해도 가당찮은 언동이다. 내정 갑섭이고 삼권분립을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기도 하다. 그가 주장하는 논거 중 기둥은 ‘1965년 한-일 협정’에 의해 강제징용 피해 문제도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논박은 다음 편에 실릴 <세계>의 야마모토 변호사의 글로 가름하기로 한다. 그러나 필자가 무토 전 대사의 주장이 ‘가짜뉴스’와 진배없다는 판단은 그의 주장 몇 가지를 꼽아내면 모두가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의 사법계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첫째로, 한국의 사법계에는 진보파(좌파) 인물이 많고, 그러한 사람들이 재판관이 되어 있다고 합니다. 형사·민사를 불문하고 이제까지의 다양한 재판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만, '좌편향 판결'이 나오는 경향이 아주 강합니다. 항간에서는 “사법시험에 통과하는 사람에 진보파 사람이 많는 것은 북조선에서 그것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 소문까지 진실인 듯이 수군거리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재판에서는 거의 법률보다도 ‘국민감정’을 최우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에는 국민정서법이 있다’는 따위의 농담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 국민감정에 휩쓸려버린 정치가 중의 한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인 것입니다.
-지지율 회복을 위하여 국민 정서에 호소력이 강한 ‘반일’을 한다, 이것은 한국의 역대 정권의 상투수단입니다. 최근 젊은이들의 지지율이 급락하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일까, 문재인 정권의 독특한 스탠스가 서서히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다른 내용도 많지만, 본 글의 요점과는 약간 비껴있기에 이만 줄이고, 무토 전 대사의 맺음말을 보자. 근대사를 이해하는 한일 간의 극명한 차이를 알 수 있다.
-일본은 전후戰後, 한국을 위해 성의를 가지고 협력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러한 전후사戰後史를 거의 배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은폐하여 왔다고 해도 좋습니다. 이 사실을 이해하면, 반드시 한국 사람들이 일본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인데도 말입니다.
(곧 ‘중’편이 이어집니다.)
※1)김진우, 「“강제징용 관련, 한국 정부 적절 조치 없을 땐 국제재판 등 고려”」, 『경향신문』, 2018년 12월 25일. 2)조기원, 「고노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폭거이자 국제질서 도전」, 『한겨레신문』, 2018년 11월 7일. 3)강제징용 피해자의 일본식 표현. 4)무토 마사요시(武藤正敏. 전 주한특명전권대사), 「韓國 ‘徵用工判決’ 文在寅は一線を越えた」, 『文藝春秋』 12월호, 174~181쪽.
<작가·인저리타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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