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69) 연천역, 이채민

손현숙 승인 2022.09.30 17:16 | 최종 수정 2022.10.07 15:05 의견 0

연천역
                      이채민


여섯 살
최초의 이별이 펄럭이고
여섯 살
최초의 그리움이 고여 있는

꿈속까지 흘러든
따개비 같은 슬픔이
아직도 꼿꼿하게 심겨져 있는

무엇도 작정할 수 없고
무엇도 뿌리칠 수 없었던
여섯 살

천 번의 울음으로 짜여진
엄마, 그리운
구절초 문살이다

이채민 시인

이채민 시집 《까마득한 연인들》을 읽었다. ‘현대시학’. 2022.

최초의 기억에 관하여 질문받을 때가 있다. 분홍색 원피스에 맨발, 그리고 물보라. 아마도 그 어느 부근에서 나는 나를 잠깐 놓친 모양이다. 당신 최초의 기억은 무엇일까. 시인은 이미 여섯 살 즈음에서 이별과 그리움과 슬픔과 울음을 알아버렸다. 그것은 “따개비 같은 슬픔”이고 “꿈속까지 흘러든” 지울 수 없는 무엇이라 발화한다. 여섯 살 어린 계집아이가 작정도 뿌리칠 수도 없는 슬픔, 구절초 꽃이 만발한 가을 어느 즈음에 아, 엄마를 놓친 모양이다. 

 

◇손현숙 시인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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