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71) 신우는 비싸고 나는 너무 싸다 - 나의 김신우에게

손현숙 승인 2022.10.14 18:16 | 최종 수정 2022.10.21 18:19 의견 0

신우는 비싸고 나는 너무 싸다
- 나의 김신우에게
                                                       손현숙

   

 

생일날 축하 메시지를 받고 감사합니다, 를 감사합시다!로
보냈다

신우가 마당 한가운데 장난감을 펼쳐놓고 그라지 세일을 한
다 머리 방울, 바비 인형, 유리구두에 부엌살림까지 산더미로
쌓아놓았다 귀밑까지 무릎을 바싹 세워 쪼그린 채 다섯 살과
흥정을 한다 물오리가 삼백 원, 너무 비싸다 싶어서 깎아보려
해도 웬 걸?

삼백과 백오십은 팽팽하다 오래 갖고 놀았으므로 비싸다는
이유와 낡았으므로 싸야 된다는 논리는 좀체 좁혀지지 않는
데, 갑자기 어른에게 방귀 먹이듯 

쥐눈이 콩 같은 두 눈을 반짝 뜨고 “안 팔아” 나는 뒤로 벌
떡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안 팔아?” 머리 뒤 꼭지 달랑대는
꼬꼬마, 꼬마야! 턱 선 빳빳하게 세우고 당당하게 확, 지른다 

저를 내려놓을 수 없는 이유, 신우는 비싸고 나는 너무 싸
다 

- 현대시. 2007년. 7월호.

필자의 어린 친구 김신우

시작메모 :   
김신우는 나의 어린 친구다. 나는 신우를 꼬꼬마 때부터 해바라기 했으니, 나도 신우의 오랜 벗이다. 한 번은 “신우야, 내가 너무 슬프네”라고 말했더니 어릴 적 함께 들판을 쏘다니던 영상을 보내왔다. 우리는 이런 추억이 있으니 힘들 때마다 꺼내 보란다. 또 신우의 모친, 황순자 여사는 내 생의 멘토. 내가 허방에 빠질 때마다 내 손을 기꺼이 잡아주신 분이다. 그렇게 우리는 단순하게 서로를 사랑한다. 보고 싶으면 보고 바쁘면 살짝 잊기도 하면서 사소하게 산다.

김신우와 모친 황순자 여사

그런데 아주 위험하거나 마음이 가난할 때는 귀신처럼 알고 서로를 만진다. 그렇게 어리고 여리면서 당당한 나의 김신우가 제 꿈을 펼치기 위해 먼 나라로 공부를 떠난단다. 내 어린 벗의 건강과 건안과 사랑을 무조건 믿고 응원한다. 

김신우가 필자에게 보낸 편지

 

손현숙 시인
손현숙 시인

◇손현숙 시인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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