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68) 눈사람, 김완하
손현숙
승인
2022.09.23 14:39 | 최종 수정 2022.09.2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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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김완하
당신의 발자국 남은 자리에 눈이 날렸다
발자국 지워진 그 위로 별빛 쌓인다
살다 보면 쓸쓸한 마음 사이로도 새 길이 열리고
그 길따라 당신과 하나가 되어 걷는다
당신은 벌써 내 안에 깊은 달빛으로 스며 있다
김완하 시집 《마정리 집》을 읽었다. ‘천년의 시작’. 2022.
사랑은 변하는 것일까, 변할 수 없는 무엇일까.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영화의 대사처럼 사랑이 변하지 않는 무엇이라면 그것은 아마도 시인의 시처럼 오래도록 누군가를 지키고 서 있는 눈사람의 형상이 아닐까. 화자는 눈 내리는 어느 날 당신을 소환한다. 달빛으로 각인이 되어서 몸속에 피처럼 돌고 있는 당신. 그러나 여전히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어서 그저 쓸쓸한 마음 하나 들고 당신은 거기서. 시인은 여기서 길을 열고 닫는다. 그렇게 열리면서 닫힌 길을 따라 또다시 거기서 혹은 여기서, “발자국 지원진 그 위로 별빛을 쌓”으며 저를 견딘다. 말도 없이 소리도 없이 아니, 모습도 없이 당신과 함께 그저 이생을 지나간다.
◇손현숙 시인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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