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63) 어머니, 최문자

손현숙 승인 2022.07.23 09:36 | 최종 수정 2022.07.24 10:22 의견 0
최문자 시인

어머니
                              
최문자

 

 

어떠한 재료를 넣고 휘저어도

어머니는 웃는다

죽은 후에도 죽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다

시 잘 쓰고 있느냐고 묻고 다시 죽었다

언제나

살아있는 여자들의 들풀 냄새가 났다

최문자 시집 《해바라기밭의 리토르넬로》을 읽었다. ‘민음사’. 2022.

양심, 이라는 말을 최문자 선생님에게서 배웠다. 문학은 문학이고 양심은 양심인데. 이것들을 합성해놓으니 어마어마한 의미로 무겁게 다가오던 시절이 있었다. 선생의 시집을 펼쳐놓고 오래도록 읽고 또 읽었다. 나는 모르는 어떤 경지에서 선생은 시를 살고 계셨다. 시를 입고, 먹고, 사는 시인. 내용은 이미 의미를 넘어서 언어가 언어를 부리고 있었다. 그러다 ‘어머니’를 발견했다. 어머니… 언제나 웃어주는 큰 바위 얼굴처럼, 죽어서도 딸을 지키시는 어머니. 말해 무엇하랴, 죽어서 귀신이 되어 돌아와도 어머니는 어머니. 내게도 당신에게도 또 누구에게도 어머니, 크게 한 번 부르면 죽었다가도 벌떡 일어설 것 같은 어머니. 최문자 선생님의 건강, 건안, 건필을 빈다.

 

손현숙 시인

◇손현숙 시인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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