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55) 바람새, 김명서
손현숙
승인
2022.05.28 09:53 | 최종 수정 2022.05.3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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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새
김명서
자유,
어디에 있을까
새장 밖
또 다른 함정이었다
내 안에 바람이 분다
더 큰 바람 앞에 선 나는
나에게 가장 먼 존재
내안에 늘 아픈 바람이 불었다
나는 나에게 가장 낯선 존재
처음부터 타인이었을 것이다
김명서 유고시집 《새가 가자는대로 갔다》을 읽었다. ‘한국문연’. 2022.
진흙 별로 떠난 시인의 시집이 도착했다. 시인은 가고, 시집 혼자 걸어서 왔다. 나는 죽은 이가 살아온 것처럼 놀랐다. 귓가에서 자꾸 맴도는 그 한 마디. “손 시인, 건강해야 해요, 고마워요” 참 이상했다. 투석으로 부풀어 오른 나무 등걸 같은 팔뚝을 손수건으로 감싸고서도 시를 쓰고, 잡지를 만들고, 시인을 챙겼던 그녀의 행보가 참으로 이상했었다. 그런데, 너무나 잔인하게 한 사람의 생이 다 지나가고, 그 간절했던 순간들이 한 권의 시집으로 묶여 나온 지금에야 저절로 알게 되는 그 무엇, 이 잔인함. 김명서 시인이 우리를 떠나간 지 일 년. 그녀의 유고시집을 읽는다. 시인이 돌아오기까지 수고를 아끼지 않은 현대시와 의리의 친구들이 참 좋다.
◇손현숙 시인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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