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58) 비백飛白, 오탁번
손현숙
승인
2022.06.18 10:15 | 최종 수정 2022.06.2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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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백飛白
오탁번
콩을 심으며 논길 가는
노인의 머리 위로
백로 두어 마리
하늘 자락 시치며 날아간다
깐깐오월
모내는 날
일손 놓은 노인의 발걸음
호젓하다
오탁번 시집 《비백飛白》을 읽었다. ‘문학세계사’. 2022.
일평생 사전을 옆구리에 끼고 사는 시인을 안다. 시인의 시집은 일단 나를 긴장시킨다. 우리가 전혀 몰랐던 모어母語가 시집 속에는 수두룩 빽빽이다. 그런데 시집을 완독하고 나면 내가 정말 “언어를 최고 존엄으로 모시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좋다. 시는 “언어를 최고로 받들어 모시는 문학 장르이다”로 정의 내린다.
시인은 사금을 캐는 강변의 가난한 광부 같아야 한다고 일러주신다. 시집 ‘비백飛白’을 읽는 내내 네이버 사전 어플은 참으로 바빴다. 해동갑, 어리보기, 개맹이, 옴니암니, 쥐코밥상 술적심, 되똥되똥, 시치며, 깐깐오월, 비백…, 오탁번 선생님의 건강과 건필을 빈다.
◇손현숙 시인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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