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시인의 '詩의 아고라'(60) 서쪽으로 한 뼘

손현숙 승인 2022.07.02 10:36 | 최종 수정 2022.07.09 10:44 의견 0

 

 

 

 

 

 

 

 

 

 

 

 

 

 

 

 

 

 

 

 

 

 

손현숙 시인

시작메모 :

어릴 적, 왼쪽 엄지손가락을 빠는 버릇이 있었다. 오빠 셋은 나를 가운데 앉혀놓고 마이신 가루와 빨간약으로 내 왼쪽을 저지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손가락을 목구멍 깊이 밀어 넣고 몰래 빨았다. 가끔씩 이모 집에서 한밤을 지내기도 했는데, 손톱이 빨갛고 뾰족한 이모는 내 손가락을 반창고로 딱 붙여놓았다. 그때부터 왼쪽에 대한 집착이 생긴듯하다. 그렇게 왼쪽은 내게 금지된 땅. 갈 수 없거나, 가면 안 되는 곳, 그러나 그럴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금지된 것들을 여전히 탐한다. 서쪽, 석양, 노을, 너머를 향해 명랑하게 전진한다.

 

손현숙 시인
손현숙 시인

◇손현숙 시인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 《경계의 도시》(공저)  《언어의 모색》(공저) 
▷사진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연구서 『발화의 힘』, 대학교재 『마음 치유와 시』 
▷고려대 일반대학원 문학박사(고려대, 한서대 출강) 
▷현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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